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란 시인] '스타카토 내영혼' 시집 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란 시인] '스타카토 내영혼' 시집 발간

입력
1999.07.27 00:00
0 0

시인 김정란(46)은 쉽게 말해 상징성이 강하고, 그래서 보통 사람이면 이해하기 무척 어려운 시를 쓰는 것으로 이름 나 있다. 아니 이즈음 들어서는 상지대 교수로, 또 전방위의 문화 비평가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다.그는 프랑스에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신화비평」을 전공하고 돌아와 89년 첫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비」를 냈다. 그 뒤로 3, 4년 간격으로 시집 두 권을 더 냈는데 이제 와서 『사실은 이게 첫 시집이었다』며 시집 한 권을 쑥내밀었다. 「스·타·카·토 내 영혼」(중앙M&B 발행).

『죽음과 대결하고 유령과 마주치는 시들입니다. 그리고 「80년 광주」의 시대경험과 아픔이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80년대 초반에 썼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검열에 걸린다며 어디서도 실어주지 않아 손에 쥐고만 있었습니다』 광주는 그렇다치더라도 왜 죽음이고, 왜 유령인가?

『근대의 출발은 죽음을 지나치지 않고는, 죽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기란 불가능합니다. 유령이란 그 죽음을 지난 뒤 신과 대결하는 것이고, 어두운 시절에 말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독백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어느 시에서보다 이번 시집에서는 기괴함이 넘친다. 유령이나 죽음이나 영혼이라는 말이 옷을 벗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5월 광주에 대한 분노와 고독한 저항같은 시들. 「그들이 들이닥쳤다/그들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우리의 살을 찢고/우리에게서 생명의 잔을/뽑아낸 다음」, 「우리의 가슴에 불길이 일었다/불길이 일었다 하루가 천 년처럼/그들의 술수가 완벽할수록/우리의 적의도 완벽하다」. 죽음과 삶의 모호한 실존 위에서 그려졌다는 사실을 암시라도 하듯 이 연작시들의 제목은 「젊은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런 저항정신을 김정란은 다방면의 글쓰기로 새롭게 일궈나가고 있다. 올해 가을 쯤 그는 무크지 형태로 「인터뷰」(가칭)라는 문화 비평지를 창간할 계획. 『강준만씨가 「인물과 사상」을 통해 이뤄냈던 성과에 바탕해 문화현상 전반에 대한 비평작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 비평지에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로 잘 알려진 진중권씨가 독일서 귀국해 참여하고, 영화평론가 김규항씨도 함께 한다.

『강씨가 정치와 언론권력의 문제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면 이 비평지는 문화권력 비판에 집중할 것입니다』 문화권력이란 무언가? 몇 개 출판사와 동인이 대표하는 문학계의 편 가르기, 칭찬과 비판이 공존하는 문화 풍토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추켜올려주고, 집단으로 비난하는 문학 또는 문화계의 비이성적인 세력화를 말한다. 김씨는 『상업성에 마비되고, 조직에 갇혀 비평정신을 잃어버린 문화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상을 안겨준 시에서 그는 「사랑으로 나는 내 내장 깊은 곳까지 박힌 칼들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나는 죽어가는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이제 막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 될 것이라고 믿는다. 될 것이다」고 썼다.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저항과 비판. 그 열정의 앞 날은 계속 지켜볼 만 할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