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밝힌 「투신권에 대한 무제한 자금지원」은 어떤 성격을 갖는 것일까. 일부에서 「12·12 대책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국은행은 『정상적 채널을 통한 자금지원일 뿐 과거 12·12대책때 사용했던 특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우리나라 금융정책 역사상 「최악의 작품」으로 꼽히는 12·12 대책은 89년12월12일 당시 정부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투신사들에게 「무제한 주식매입」을 지시하면서 투신권에 한은자금을 지원했던 것. 즉 주식투자를 위해 국민세금이나 다름없는 발권력을 동원했던 것이다. 특히 무모한 주식매입의 후유증으로 투신사 부실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이후 연 3%짜리 초저금리 한은특융까지 제공, 두고두고 빈축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포함된 「투신사 자금지원」은 지원대상이 투신사이고, 발권력(한은자금)이 동원된다는 사실만 같을 뿐 12·12 대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자금지원은 「공개시장조작」이란 한은의 일상적 통화량 조절수단 범위내에서 이뤄진다. 늘 하던 것처럼 통화안정증권을 되사거나 국·공채를 환매채(RP)로 묶어 매입해되, 규모 및 만기제한없이 원하는 만큼 사주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투신사 보유채권을 한국은행이 실세금리로 사줌으로써 채권에 묶였던 자금을 풀어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채권매입도 아니고, 담보제공도 없이 초저금리 자금을 대출해주는 과거식 「특혜성 특융」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RP매입이나 통안증권 중도환매로도 투신사 유동성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한은 고위당국자는 『그래도 특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 안되면 한국은행이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 돈으로 은행이 투신사에 대출을 해주더라도 투신사에 직접 특융을 주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시장금리로 지원되기 때문에 특혜시비는 없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