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빚이 60조원에 이르는 대우문제를 정부가 과연 제대로 처리할 역량이 있는 것인지 불안감과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과 겹쳐 제2의 환란이 오는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불안을 확산시키는 요인은 대우의 부채 규모만이 아니다. 정부 경제팀의 대응이 치밀하지 못하고 불쑥불쑥 미숙한 조치들이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경제팀의 구성원들이 왜 제각기 갈라진 목소리를 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미처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듯한 의견들을 내놓아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럴바에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왜 신설했는가. 조정회의 의장인 재경부장관이 『김우중회장이 내놓은 담보는 처분권도 포함한다』는 등 협의과정이 생략된 독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우 처리를 재벌개혁 차원에서 엄정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우그룹의 해체」라든가 「김회장의 퇴진」 식으로 시장을 향해 미리 공포탄을 쏘아댈 이유는 없다. 대우문제가 시장에 미칠 충격을 피할 수야 없겠지만 필요이상으로 충격을 키워서는 곤란하다.
대우그룹이나 김회장도 과거 방식으로 자기회사 유지에 너무 집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김회장이 마음을 비웠다고 이미 밝힌 것처럼 사심을 버리고 대우가 한국경제에 던진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처리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이 김회장이 지금까지 쌓아온 「김우중 신화」를 그나마 덜 훼손하는 길이다. 오히려 그러한 노력속에서 김회장이 다시 설 여지가 생길 수도 있고 가야 할 새 길이 뚫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우문제를 푸는데는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버텨주느냐가 열쇠다. 금융시장이 크게 교란되고 나면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안정에 앞서 무엇보다도 경제팀의 팀워크 회복이 급선무다.
따로따로 내는 목소리를 거두고 통합된 의견을 제시해야만 시장이 신뢰를 보내고, 시장의 면역력 또한 강화된다. 아울러 덩치가 워낙 큰 대우처리 문제를 한꺼번에 풀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원칙을 분명히 세운 상태에서 「단계별 매각」 등 문제를 분산시키는 쪽이 시장에 충격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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