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삼성그룹이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 이외 추가 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데 대해 채권단이 25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삼성차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사회생하던 국내 경제가 대우와 삼성의 헤어날수 없는 「이중덫」에 걸려들고 있는 실정이다.추가 출연은 없다 삼성그룹은 지난 23일 열린 삼성자동차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 회장이 사재출연한 것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일뿐 2조8,000억원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상장후 삼성생명 주식이 2조8,000억원이 되지 않는다해도 추가 사재출연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삼성측은 한술 더 떠 『이중 350만주는 채권금융기관들의 몫이며 나머지 50만주는 협력업체와 종업원들 몫』이라고 답변, 채권단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삼성측은 또 『채권단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만 받겠다고 합의하면 한빛은행에 맡긴 삼성생명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위임장을 써 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가치는 전문기관의 평가나 향후 주가 전망으로 볼때 2조8,000억원을 충분히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추가 사재출연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측의 입장 표명은 그동안 삼성차 문제해결의 묘안으로 제시됐던 이회장의 전액책임론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어서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채권단과 정부의 강경대응 채권단은 이회장이 추가 사재출연을 거부한만큼 더 이상 두고볼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삼성그룹측 주장대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만 채권단이 가져가고 상장후 평가가 2조8,000억원에 못 미칠 경우 보전액은 모두 채권단의 짐으로 떠안을수 밖에 없는 입장. 이 때문에 채권단은 이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가치가 2조8,000억원에 모자랄 경우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각서를 받아야만 삼성자동차 부채처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채권단은 그간의 미온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삼성그룹에 대한 금융제재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채권단은 여신중단 및 자동차 빅딜 등이 포함된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 요구로 직·간접적인 압박작전을 총동원해서라도 삼성측으로부터 「백기」를 받아낸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번주중 2차 운영위를 열어 삼성에 대한 대응조치를 공식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설 태세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이날 채권단의 손실을 전액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삼성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삼성차의 부실을 국민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므로 정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와관련, 금감위는 채권단과 삼성이 손실보전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할 경우 삼성차 처리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