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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시대] "새천년 중심시" 大役事 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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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시대] "새천년 중심시" 大役事 굉음

입력
1999.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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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지금을 하루의 시간에 비유하자면 새벽 5시다. 동이 트려는 시간, 하루가 어떻게 마감될 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한낮 땡볕을 예고하는 대역사(大役事)의 거친 숨결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약 600㎢)보다 약간 큰 891㎢의 넓이에 346만명이 살고 있는 베를린에는 2,000여개가 넘는 건설현장이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타워 크레인이 베를린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한 지는 이미 오래전 일. 이른 아침 푸른 창공보다 더 먼저 베를린 시민의 눈을 자극하는 것도 매캐한 분진을 뒤집어 쓴 타워 크레인이다.재건의 선두주자, 연방정부

현장에서 들리는 굉음의 주인공은 독일 연방정부. 9월1일 예정된 베를린에서의 연방정부 공식업무 일정에 맞춰 정부 이삿짐을 실은 트럭은 쉴새없이 본과 베를린을 오가고 있다. 국방부 노동부 환경부 등 본에 잔류하는 6개 부처를 제외한 10개 부처가 지난달 28일 교통부를 필두로 베를린으로 향했고,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이전을 마쳤다. 이달 1일 본 의사당에서의 마지막 연방하원 회의를 가졌던 연방의회는 9월6일 베를린 「제국의회」(라이히스타크·Reichstag)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기 위해 9월초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주비용만 대략 100억달러. 그나마 이는 정부부문만 계산할 것일 뿐 기업 등 민간부문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시 언론·홍보책임자 제르다 레나투스(여)씨는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95년 1년간 공적·사적 부문에 투입된 이주비용이 약 188억달러 정도라고 알려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정부기관은 2000년을 이주 완료시점으로 잡고 있지만, 민간부문까지 포함하면 2030년까지는 이주가 계속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움직이는 포츠담광장

넓이 12만5,000㎡의 포츠담광장. 한때 베를린 번영의 상징이었지만 동·서로 갈라진 분단의 베를린을 상징했던 불운의 땅. 그러나 지금은 유럽 최대규모의 건설현장으로, 베를린 부흥의 전진기지다. 동·서로는 파리_ 바르샤바_ 모스크바를, 남·북으로는 스톡홀름_ 로마를 잇는 유럽 국제철도와 지하철 고속철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 소니 등 매머드 다국적 기업이 일찌감치 유럽의 물류본부로 점찍은 내일의 교역 중심지이기도 하다. 독일철도 프로젝트의 헬무트 코네츠 수석 엔지니어는 『지하철과 도시철도가 8m 간격으로 위아래에 입체건설되는 공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며 『국제철도의 경우 2005년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 이라고 밝혔다.

독일정부가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이후 베를린 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돈은 매년 163억달러. 이중 3분의 2는 구 동독지역 용(用)이다.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는 추가로 1,140억달러가 배정돼 있다. 너무나도 방대한 사업이라 2000년까지 계획된 인프라 사업의 절반정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 연방정부도 언제 완성될 지 장담하지 못한다.

베를린 시대의 명과 암

본 시대를 접고 베를린으로 가는 정부의 마음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연합국이 다시는 세계를 넘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에서 자그마한 도시였던 본을 옛 서독의 수도로 결정해 버린게 49년. 당시 본은 독일 국민에게 조차 낯선, 이름없는 소도시였다. 연합국이 없는 지금 독일정부에겐 16%에 달하는 베를린의 실업률이 강력한 적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다. 수도 이전에 따라 본에서 베를린으로 움직이는 정부직은 9,100개, 반면 베를린에서 본으로 가는 자리는 5,000개에 불과하다. 89년 40만개에 달했던 정부직은 지난해 16만8,000개로 급감한 반면, 민간분야는 31만4,000개에서 46만4,000개로 느는데 그쳤다. 사무자동화 등에 따라 앞으로도 5만~7만개의 자리가 추가로 없어질 것이라는게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전망이다. 그나마 이는 수도 이전과 관련된 실업자일 뿐, 통일후 지난 10년간 일자리를 잃은 전체 실업자는 베를린 전역에서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업자 증가의 대부분이 구 동독지역임은 물론이다. 건설경기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임금, 입찰단가 등에서 유리한 동유럽에서 현장 노동자나 건설회사가 대거 유입돼 독일경제에대한 기여도는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다. DIW의 잉고 파이퍼 박사는 『전국적으로 건설경기로 인해 생산규모면에서는 15%, 고용면에서는 8~10%의 효과를 거두었지만, 실업에 관한 한 베를린 건설은 실패』라고 결론지었다.

베를린=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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