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랜드참사 한달째 -29일로 천진난만한 어린 생명 19명을 포함, 모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화재참사 한달. 그러나 당국의 무관심과 무성의로 사고원인과 책임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희생자 유족들은 사회의 「망각」이라는 또다른 난관 앞에서 슬픔과 분노를 달래고 있다.
■유족 주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동교육청내 합동 분향소. 향은 아직 타고 있지만 세인들의 발길이 끊긴 자리엔 유가족들만이 남아 아이들의 사진을 지키고 있다.
대부분 직장과 일을 가진 유족들에게 사고후 한달 가까운 시간은 이제 생계압력으로 바뀌었다. 정선교(6)군의 아버지 정연두(鄭然斗·40)씨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져야했고 자영업을 하는 유가족들은 25일 마감인 부가세 확정신고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했다. 유족회 위원장 고석(高錫·37)씨도 연월차와 휴가를 다 써버려 조만간 회사를 다녀야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족들을 못참게하는 것은 시간을 방패삼아 보상협상에 미적미적하는 당국의 태도. 화성군청, 경기도청에 대책본부는 꾸려져 있지만 어디 하나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을 처리하려 들지 않는다. 24일 아침에는 총리면담을 요구하며 정부청사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아예 타고간 버스 채로 견인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경기도측은 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발생한 방화참사때 유족들에게 6,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을 근거로 『그 수준에서 위로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공무원의 잘못이 원인이 된 어린 아이들의 죽음을 실화(失火)로 인한 사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개한다.
화인문제도 진전이 없다. 모기향이 원인이라는 국과수의 잠정결론에 맞서 스스로의 힘으로 화인을 밝히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어 보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씨랜드 참사를 전면 재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에서 『화인조사도 병행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임창열 경기지사 뇌물사건 신창원사건 대우사태등 굵직한 사건들에 밀려 여론의 중심에서 비켜 선 것도 유족들에게는 서운하다.
그러나 유족들은 포기할 수 없다. 고씨는 『유족회의 인터넷에 올라오는 일반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힘들지만 가슴에 묻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다』고 말했다.
■수사
경기 화성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은 김일수(金日秀)화성군수의 직권남용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화성군청 강호정(姜鎬正·구속)사회복지과장이 『김군수로부터 「허가가 날 수 있도록 잘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당초 경찰에서의 진술을 번복,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이 기대하는 것은 김군수의 계좌추적. 김군수가 씨랜드수련원 인허가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면 반대 급부로 뇌물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군수가 아직 직권남용혐의 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밝혀 모종의 단서가 포착됐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씨랜드 수련원의 인허가과정에 대한 보강조사도 병행, 23일 수련원 운동시설 건축허가신고서를 접수한뒤 현장출장 복명서와 의견조회 회신을 위조한 화성군 서신면사무소 총무계장 이모(43)씨를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추가 구속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수련원 건물주 수련원 원장 건축사 유치원원장 및 관련공무원 등 모두 16명으로 늘어났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이동훈기자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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