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에서 새 엔진 하나를 개발할 때 3개 팀을 발족시킵니다. 1년 뒤 엄정한 평가를 거쳐 제일 처지는 팀을 탈락시키고 그 다음해 또 한 팀을 자릅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팀이 제품을 완성하고 이것을 시장에 내놓죠. 한 회사 안에서도 이렇게 경쟁을 시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번 연구팀으로 선정되면 7년간 계속 연구비를 준다고요? 결국 또 하나의 기득권만 만드는 셈이죠』23일 해당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알아주는 몇몇 공과대 교수들이 만나 교육부가 추진하는 「두뇌한국 21」(BK21)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다가 이런 얘기를 꺼냈다.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있는 대학원을 만들고 연구인력을 양성한다는 사업이 길을 잘못 선택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들도 BK21 사업의 필요성과 취지에는 적극 찬성했다. 며칠전 마감된 BK21 사업에도 한 명 빼고는 다들 신청했다. 선정도 기정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BK21 사업의 허점을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 설득력있게 들렸다. 『과학기술 분야별로 2∼3개 사업단(대학)만 선정할 경우 선정된 대학끼리 담합해 연구비만 나눠먹는 식이 될 게 뻔합니다. 사업단 수를 분야별로 5∼7개 이상으로 늘려야 진짜 경쟁이 가능합니다. 지원기간도 2∼3년으로 끝내야지요. 그래야 다음 모집때 또 지원받기 위해 죽기살기로 할 것 아닙니까? 대학 선발 기준도 교수 수와 발표 논문수보다 미국처럼 외부 연구비 유치실적을 우선해야 합니다. 머리크다고 공부 잘하나요?』
이들은 현재 기준으로 하면 기존의 일급 연구인력이 소속 대학을 잘못 만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7년동안 대학원생 하나 받지 못하고 연구력을 사장시키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집중지원도 좋고 신규인력 양성도 좋다. 그러나 언제라도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고치는 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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