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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객기납치] 용감한 기장 격투하다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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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객기납치] 용감한 기장 격투하다 숨져

입력
1999.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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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가 공중납치되는 바람에 승객 500여명이 50여분간 공포에 떨었다.23일 낮 11시25분께 승객과 승무원 등 517명이 탄 도쿄(東京) 하네다(羽田)발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新千歲)행 젠닛쿠(全日空·ANA) 61편 보잉747 여객기가 지바(千葉)현 상공에서 식칼을 든 남자에게 한 때 공중납치됐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기장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 니시자와 유지(西澤裕司·무직·28)는 경찰 조사에서 『비행기를 조종해 보고 싶어 납치를 계획했다. 레인보브리지 아래로 지나가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낮 11시 23분 비행기가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륙한 2분후 니시자와는 날 길이 20㎝의 식칼을 여승무원에게 들이 대고 『죽고 싶지 않으면 조종실 문을 열도록 하라』고 위협, 조종실에 침입했다. 부조종사와 여승무원을 조종실 밖으로 내보낸 범인은 나가시마 나오유키(長島直之·51) 기장에게 오시마(大島)·요코스카(橫須賀)·미군 요코다(橫田)기지 등의 행선지를 잇따라 요구, 여객기는 한동안 도쿄 인근 상공을 방황했다.

『오시마공항은 활주로가 짧아 점보기가 내릴 수 없다』는 기장의 설명과 범인의 흥분된 목소리는 관제탑에 「생중계」됐다.

여객기가 도쿄 상공에 접근했을 무렵 범인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나가시마 기장을 칼로 찔러 쓰러뜨리고 자신이 대신 조종석에 앉았다. 그는 경찰에서 『자동조종장치를 풀려고 했으나 풀리지 않아 도쿄 도심 방향으로 조종간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기체가 크게 흔들리고 고도가 떨어지자 승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부조종사 등 젠닛쿠 직원 3명이 조종실 문을 따고 들어 섰을 때 범인은 혼자 조종간과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범인은 간단히 제압돼 넥타이와 혁대에 손발이 묶였고, 여객기는 낮 12시14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기내 탑승했던 의사가 쓰러져 있던 기장에게 달려 왔으나 오른쪽 목에서부터 어깨까지 찢어진 상처가 워낙 깊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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