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구조조정의 격랑이 증시를 삼켰다. 해외 악재들까지 때맞춰 부각되면서 증시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대우」에 해외악재 겹쳐 신영증권은 『대우그룹 자금지원으로 인해 투신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25조원, 은행권은 8조원이 넘는 금액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순환이 경색되면 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팔자」만 있고 「사자」세력이 실종되면서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9.5%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일부 기관들이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대해 환매요청에 나섰다는 설이 퍼지면서 시장은 더욱 급속히 얼어붙었다. 정용만(鄭用晩)하나증권주식선물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으로 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식형 수익증권 유입규모는 한때 하루 1조원이 넘었으나 최근에는 800억원대까지 줄어든 상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중국의 신용등급을 낮춘데 이어 이날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미국은 물론 아시아증시가 동반 폭락한 점도 대형 악재였다.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으로 아시아 증시가 위축된 상태에서 또 한번 강타를 얻어맞은 셈이다.
기관 외국인 「팔자」공세 외국인들은 이날도 1,79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김승식 삼성증권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매도는 일단 주가급등에 따른 수익을 현금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사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의 주도세력이었던 기관투자가들도 이날 32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투자자들만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일부 뮤추얼펀드가 최근 연일 선물을 팔아치우면서 가격하락을 선도, 선물하락이 현물가격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게 증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분간 조정지속」전망 우세 정부가 은행권의 대우그룹 부채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증시가 곧바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자금을 푼다 하더라도 한번 위축된 시장의 심리는 회복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례없는 충격이 시장에 가해진 이상 당분간 조정장세가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나민호(羅民昊)대신증권투자정보팀장은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태에서 급락조정을 겪은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대우그룹 처리문제가 가닥을 잡아가면 상승에너지가 다시 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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