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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신창원은 우리사회 판도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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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신창원은 우리사회 판도라상자

입력
1999.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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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이 붙잡힌 지 6일이 지났지만 「신창원 유령」은 아직도 곳곳을 떠돌고 있다. 우리사회의 치부가 신창원의 입을 통해 하나하나 까발려지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조차 힘들어지고 있다.몇억원의 돈을 강탈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부유층, 수배자의 동거녀를 범했다는 파렴치한 경찰관, 재래식 화장실에 머리를 처박게 하고 입안에 가래침을 뱉는 교도관, 서둘러 수사를 매듭지으려는 경찰, 신을 의적으로 미화하는 얼빠진 젊은이들. 전직대통령들은 「신의 전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어느 경찰관의 말대로 신창원은 「건들면 건들수록 커지는 괴물」이 돼버렸다. 신의 입과 일기장이 열리면서 우리사회에 숨어있던 온갖 망령들이 튀어나와 주변을 휘감고 있다.

경찰은 금주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신창원이 열어놓은 상자를 부산교도소 깊숙이 묻어두려 하고 있다. 더 파헤쳐 봤자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이다. 일부 에서는 『신창원은 잡범이다』『여러차례 강간한 사실이 있다』며 은근히 「신창원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탈옥직후 신을 태워다 준 택시운전사가 나타나면서 또한번 경찰의 한심함이 드러났다. 경찰은 택시운전사의 신고를 받고도 자신들이 공을 독차지하려고 자체 조사하다 신을 놓쳐 버렸다. 더구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부에는 보고도 하지 않고 『신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조사팀 주변에서는 『떵떵거리는 사람중에 털린 사람이 또 있다더라』『신이 경찰과 딜(협상)을 했다』 등 소문이 나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의 망령에 당혹하면서도 상자속 진실이 무엇인지 주시하고 있다. 경찰이 의혹만 남긴 채 상자를 닫아 버린다면 신창원 망령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우리 주위를 떠돌게 될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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