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씨의 소설이다. 남자 조각가와 여고생의 변태적 성관계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돼 판매금지 됐고, 저자는 96년 음란물 배포혐의로 구속됐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제작 신씨네)은 바로「네게 거짓말을 해봐」가 원작이다. 운좋게 이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마치 70년대 시멘트 표지로 만든 불법 「빨간책」을 떠올렸을 것이다.소설과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영화도 비슷하다. 미성년자인 여고생과의 섹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많다. 가학행위까지 노골적이다. 손바닥에서 시작해 곡괭이 자루까지 등장한다. 대사 역시 영상에서 모자이크에 해당하는 「X」자를 무수히 넣어야만 쓸 수 있다. 『XX를 빨아봐』 『나 어제 XX섹스했다』 『X구멍이 얼얼하겠구나. 약 발라줄까』
이 정도면 등급보류는 당연하다. 16일 영상물 등급분류 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실토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처럼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영화는 없었다. 보통 사안이 아니다. 부분 수정이나 삭제로 순화될 성질이 아니다. 안되거나 그냥 상영하거나. 현재 기준으로 도저히 상영이 불가능하다』.
신씨네 신철 대표도 『지금 상황으로 보면 충격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전체적으로 강도가 높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 시간이 무려 20분. 영화 전체가 얼룩얼룩하게 나온다는 느낌을 줄만큼 긴 시간이다. 『사회 전체적인 여론이 허용을 못한다면 국내 상영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대신 베니스, 토론토, 로카르노, 런던등 6개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만큼 해외수출에 기대를 걸겠다고 했다.
「거짓말」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국내 개봉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면 등급보류기간이 지나 몇군데 짜르고 다시 신청하면 될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노랑머리」도 그랬으니까. 아니 과거 공륜은 정권비판영화가 아니면 외화든 방화든 잠시 묶어두었다가 슬며시 통과시켜주었으니까.
그러나 「노랑머리」와 「거짓말」은 분명 다르다. 어찌됐든 「노랑머리」는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의 판권 담보 융자지원을 받은 작품이고 「거짓말」은 불법으로 판결난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래서 소설보다 영향력이 더 큰 영화 「거짓말」의 상영이 허용된다면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그사이 우리 사회의 잣대가 확 달라진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출발한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란 강박관념에 눌려 기준과 원칙까지 세우지 못한다면. 『선정적인 영화흥행의 일등공신』이란 놀림을 당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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