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실에 근무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주어진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돼 그동안 고생해온 동료들에게 오히려 미안합니다』16일 「신창원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제보전화를 완벽하게 받아내 신의 검거에 결정적 수훈을 세운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지령실의 최은(29·여)순경은 22일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하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처음 제보를 받고 당황스러웠어요. 신창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일단 제보자를 안심시켰지요. 그리고 인상착의와 특징, 제보자의 연락처 등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 나갔습니다』
23일자로 1계급 특진의 「영광」까지 안게 된 그는 『단지 걸려온 전화를 받아 평소 훈련받은 대로 처리했을 뿐이며, 다른 근무자가 전화를 받았더라도 빈틈없이 처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위에서 『침착하고 당차다』는 평을 들어온 그이지만, 지령실에 부임한 뒤 우선적으로 「신창원 세뇌교육」을 철저히 받은 게 큰 힘이 됐다는 얘기였다.
그는 『제보전화를 받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출근하자 마자 「특수도주 1순위 신창원 신속접수-통보하달」이라는 슬로건 아래 신에 대한 인적사황과 특이점 등을 수차례 반복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왠지 매력이 느껴지더라구요. 능력껏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같았고. 또 어느 직장보다 남녀평등이 잘 지켜지잖아요』
1남3녀의 둘째로 장녀인 그는 전북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뒤 2년여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 뒤늦게 경찰문을 두드렸다. 신의 부산교도소 탈옥 2개월전인 96년 11월 순경공채로 입문한 뒤, 서울 청량리경찰서 역전파출소와 은평경찰서 조사계를 거쳐 5일부터 지령실에 배속돼 근무중이다. 그로선 지령실근무 11일만에 대어를 낚은 셈이다. 앳된 얼굴의 그는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한지 1년도 채 안된 새댁이기도 하다.
『일반인들 사이에 왜곡된 「신창원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라는 그는 『정년퇴직때까지 근무하면서 서민의 고충과 아픔을 해결하는데 자그마한 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뒤 다시 이어폰을 끼고 0.3평의 개인부스에서 일에 매달렸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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