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유난히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보자 문득 얼마전 다녀온 음성 꽃동네가 떠올랐다. 처음 선생님이 꽃동네에 가자고 했을 때 우리반은 찬성과 반대로 한판 전쟁을 치렀다. 『모든 것이 무료』라는 선생님의 한 마디 때문에 결국 꽃동네행을 택했다.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날 우리는 꽃동네로 향했다. 하트처럼 붉은 건물과 푸르고 높게 자란 나무들이 잘 어울렸다. 생각보다 깨끗해 『와』하며 놀라는 친구도 있었다.
꽃동네건물은 환희의 집, 평화의 집, 사랑의 집, 자애병원 등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이 가운데 심신장애인들과 버려진 신생아들이 생활하는 희망의 집에 배정돼 일했다. 그곳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며 생활하는 것이 일상사가 돼 있어 우리에게 섣불리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저씨 한 사람이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랜 친구처럼 함께 청소도 하고 얘기도 나눴다. 손과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편지도 써주었다.
저녁을 먹고 수녀님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어려웠던 일을 말해달라』는 수녀님의 얘기에 한 친구가 『이곳 밥은 사람이 먹는 밥이 아닌데…』라고 말했다. 수녀님은 『봉사자들을 위한 밥이 아니고 꽃동네 환자를 위한 밥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둘쨋날은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를 목욕시키는 일이었다. 옷을 벗겼는데 모두가 상처투성이었다. 팔과 다리는 특히 심했다. 얇은 팔목으로 내게 의지해 힘겹게 목욕탕으로 걸어가는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목욕시켰다.
오후가 돼 떠날 준비를 하는 우리를 그들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내가 떠나는 것을 아실까』.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너무나 강렬하게 떠올랐다. 꽃동네라는 세 글자가 평생 잊혀질 것같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명식 서령고1·충남 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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