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문학평론가이자 보수파 논객인 에토 준(江藤淳·본명 에가시라 아쓰오·江頭淳夫·66)이 21일 밤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시 자택 욕실에서 손목 동맥을 끊어 숨진 채 발견됐다.그의 자살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지성인을 잃었다』고 아쉬움을 표할 정도로 문단과 지성계에 충격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 지난해 11월 게이코(慶子)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뜬 충격과 실의가 자살의 동기로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에 「사부곡(思婦曲)」이 흐르고 있다. 그는 애처(愛妻)를 잃은 후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했으며 수시로 『삶을 이을 의욕이 없다』고 밝혀 왔다. 문예춘추 5월호에 실은 간병기 「아내와 나」에서 애틋한 부부애와 홀로 남은 고통을 드러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게이오(慶應)대학 영문과 재학 시절인 55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에 대한 통설을 뒤집는 작가론 「나쓰메 소세키」로 문단에 데뷰한 그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와 함께 신문학의 기수로 활약했다. 소설 「바다는 되살아난다」, 인물론 「메이지의 군상(群像)」 등으로 드러난 메이지(明治) 시대에 대한 강한 지향도 유명하다.
그는 또 보수파의 시각을 대변하는 역사·정치 평론을 통해 오에 겐자부로 등 진보파 지식인들과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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