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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가 핵잠수함을 가졌다면...「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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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가 핵잠수함을 가졌다면...「유령」

입력
1999.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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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러시아로부터 경협 댓가로 핵잠수함을 받았다. 그 사실을 알게된 미국과 일본의 태도는 뻔하다. 소설 「무궁화」처럼 어떤 방법으로든 핵잠수함을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강요로 정부는 공해상에서 잠수함을 폭파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부함장 202(최민수)는 명령을 거부한다. 그는 부하들과 핵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하려고 함장까지 죽인다. 그에 맞서는 미사일 통제장교 431(정우성).「유령」(감독 민병천)에는 고마운 나침판이 있었다. 바로 4년전 할리우드 영화 「크림슨 타이드」(감독 토니 스코트). 핵잠수함, 그 안에서 대립하는 두 인물, 긴장감을 높이는 외부로부터의 공격. 그래서 「유령」은 가장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 것으로 잘 변주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니까. 물론 나침판은 「유령」의 위험한 적이기도 했다. 자기 노선도 없이 무작정 따라가다간 망망대해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크림슨 타이드」가 현실의 얘기라면 「유령」은 가상드라마일 수 밖에 없다. 핵잠수함을 보유한 미국과 아직은 한낱 꿈에 불과한 한국의 차이 일 것이다. 그래서 「유령」은 보다 많은 비현실성을 구축했고, 규모보다는 극단의 가치관을 가진 두 인간의 갈등에 무게를 둔 드라마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세상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형수들, 번호만 있는 존재로 구성된 부대도 우리의 핵잠수함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극단적 국수주의자를 내세워 일본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만화같은 발상(실제 이현세의 「남벌」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도 도입했다. 「유령」은 이런 가상들을 뒤섞어 답답한 공간, 단조로운 구성의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유령」이 한편의 드라마로 성공한 것은 가상이지만 냉정히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의 보편적 양심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감정으로 끝까지 치달아 202의 손을 들었다면, 일시적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줄지는 몰라도 영화는 싸구려 오락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것을 피하는 현명함이 있었기에 「유령」은 유령처럼 바다 밑에서 몸부림치다 흔적없이 사라진 우리의 비극적 가상역사로 다가온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연출한 어뢰발사, 물 대신 연기를 이용한 수중효과, 미니어처로 표현한 잠수함의 외부는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나 잠수함 내부 세트, 심리와 상황에 따른 조명의 변화, 좁은 공간에서 홍경표 촬영 감독이 근접촬영으로 담아낸 영상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감독이 연출보다 이런 분야에 장기를 가진 시각디자인(홍익대)을 전공했고, 김종학의 드라마 「백야 3.98」의 특수촬영을 맡았던 민병천이란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오락성★★★★ 예술성★★★☆, ★5개 만점 ☆은 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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