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21일 청와대 조찬회동을 갖고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하지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3인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놀랄 일은 아니다. 공동정권이 출범한 뒤 김대통령과 국민회의측은 내각제 개헌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는 입장이었고, 김총리와 자민련은 「내각제만이 살 길」이라며 연내개헌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이 때문에 내각제 개헌문제는 여권내부의 최대 갈등요인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국민약속의 당사자인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연내 내각제 개헌유보를 공식화한 것은 공동정권의 걸림돌을 일단 제거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정권출범후 양당간의 내각제 갈등으로 정국불안과 국정혼란을 자초했다는 사실은 양당 수뇌부가 자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내각제 문제를 둘러싸고 김총리가 그동안 보여온 아리송한 언행과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총리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자신의 정치적 존재이유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 됐으며, 그점에 대해 국민에게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처한 여러가지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안에 개헌은 어렵다고 판단, 연내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가 개헌연기 시한을 못박지 않은 것은 DJP간에 밀실합의가 있었거나, 야당측의 정권연장 음모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하다. 하지만 김총리로서는 연내 개헌논의 유보대신 내각제 개헌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떳떳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김총리는 신당창당문제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대통령으로부터 여러가지 시국구상에 관해 들었으나 합당에 합의한 일이 없다』면서도 발언 행간에 정계개편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더욱이 청와대측은 양당 8인협의회 의제에 합당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총리의 그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모양새 갖추기를 위한 시간벌기 전략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김총리가 신당창당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은 자민련 내부의 반발세력과 충청도 민심을 고려해 여권수뇌부간에 사전양해와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낳고있다.
따라서 신당창당 문제가 백지화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여권핵심부에서는 내각제개헌 유보대신 신당창당 수순에 깊이 들어갔고, 상당부분 진전을 보고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동여당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신당창당을 추진한다면 결코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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