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구구한 해석으로 많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은 저의 본뜻을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한 저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습니다』 김종필(金鍾泌)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시인했듯이 「냉·온탕」을 오가는 식의 언행이 국민들을 어지럽게 한다. 현안에 대해 가타부타 딱부러지게 언급하지 않는 「은유화법」도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김총리는 20일 밤 총리공관에서 자민련 총재단회의를 긴급 소집, 격앙된 목소리로 「신당 창당론」등을 부인하며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권력의 2인자가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는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어리둥절 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은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총리는 21일 청와대 DJT 회동에서는 환한 표정으로 덕담을 나누고 사퇴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
김총리는 지난 8일 김영배(金令培) 당시 국민회의 총재대행이 자신을 비판하자 『이제 헤어질때가 됐구먼…』이라며 공동정부 철수 시사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대행을 경질하자 즉각 양당 공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총리는 불과 며칠전까지도 『연내 개헌 포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21일 청와대 회동후 「연내 개헌 유보」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낳는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JP의 언행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가에선 『고도의 정치 쇼가 예측불허의 정치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이날 「합당」 「신당 창당」등을 부인했지만 「합당」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그의 이같은 언행이 자초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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