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인터넷사업. 기회는 무한하지만 문제는 인터넷에 대한 이해와 네티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사업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으로 기업의 인터넷 사업을 전문적으로 기획·대행해주는 인터넷 프로젝트매니저(IPM)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IPM이란 의뢰를 받아 인터넷사업의 기획, 예산책정, 인원선발, 홈페이지 제작, 운영, 관리 등 전과정을 책임지는 기획자를 말한다. 영화나 스포츠의 총감독과 마찬가지. 단순히 홈페이지를 만드는 개발자나 운영자인 웹마스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철저한 기획과 준비, 운영으로 프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흥행」을 보장한다. 인터넷의 흥행이란 광고로 이어지는 네티즌들의 조회수. 인터넷프로젝트매니저들이 기획한 인터넷사이트는 앞자리수 단위가 틀릴 만큼 조회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방송, 사이버증권거래, 인터넷쇼핑, 사이버교육 등 주로 비중있는 사업의 입안을 IPM들이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도 시스템통합(SI)업체에 프로젝트매니저들이 있으나 인터넷사업을 전담할 만큼 전문화되지는 못했다. 전문성을 무기로 내세운 프로는 손에 꼽을 정도. 그만큼 귀하다보니 몸값이 금값이다. 보통 프로젝트 한 건당 총사업예산의 10%를 보수로 받는게 관례지만 흥행이 보장되는 전문가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는다.
IPM의 비전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신은정(29)씨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지난해말 인터넷영어작문 및 번역전문사이트인 「펠리칸카페」(www.pelicancafe.com)기획을 시작으로 IMP세계에 첫발을 디뎠다. 영어회화는 많지만 작문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는 점에 착안해 대학교수들을 끌어들여 하이텔, 넷츠고에 사이트를 만들었다. 3만5,000원이라는 적지않은 월 회비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첫 달에 14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반응이 좋자 나우누리와 두루넷, 채널아이도 개설을 의뢰해 이달말 선보일 예정이다.
신씨가 주가를 높인 기획은 6개월동안 작업해 올해 5월말 선보인 하이텔의 인디영화방송국(inditv.hitel.net). 독립영화작가들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물을 인터넷으로 상영하는 이곳은 문을 열자마자 첫 날 1,400여명이 다녀갔다. 이 덕분에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최근 인터넷사업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외국업체들로부터 1억원이 넘는 연봉 제의를 받았다.
신씨는 『IPM은 단순히 반짝이는 아이디어로만 승부해서는 안되고 발로 뛰는 추진력과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두세시간만 자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매일 평균 10여명의 사람을 만났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약 500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력정보를 갖게 됐다. 어떤 기획을 하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는 그만의 비결은 여기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인터넷이 확산될 수록 인터넷사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IPM의 존재가 절실해지면서 광고기획사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사이버시대의 미다스의 손을 꿈꾸며 IPM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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