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빌딩마다 그럴듯한 조각 작품이 들어서게 된 것은 8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 덕이다. 이 법 11조는 신축건축물의 미술장식(환경조형물)을 의무화하고 있다. 처음엔 서울에서 신축되는 연건평 3,000㎡ 이상, 처마높이 13m이상의 건물에 적용됐다 88년 전국으로 확대됐다.처음에는 권장조항이었으나 95년 미술의 해를 계기로 의무 조항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에 건축비의 1%로 의무화돼 있다. 문화관광부는 1만㎡ 이상~2만㎡ 미만의 건축물엔 건축비의 0.7%, 2만㎡ 이상에는 0.5%로 적용비율을 낮추고, 공연장이나 전시장도 미술장식 개념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선호되는 작품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상계열로 내구성 있는 브론즈나 화강석 작품이 많다. 최근 철재에 코팅을 한 철조각도 선보이고 있으나 대세는 아니다. 97년 문화정책개발원 백서에 따르면 84~92년 환경조형물을 가장 많이 제작한 작가는 조각가 최기원(25점), 장상만(24점), 이일호·한인성(21점), 임동락(17점)씨 등이다.
올 가을 관련법이 개정되면 연간 500억원 규모 이상으로 추정되는 환경조형물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해 업계는 전전긍긍. 그러나 이에 앞서 연고주의와 수의계약은 물론 이중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폐해의 악순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에서 가장 멋진 조형물은 지하철 환풍구 씌우개』라는 한 평론가의 말처럼 건축물의 내외관과 잘 어울리는 조형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투명한 작가 선정과 예산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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