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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스코센타앞 국내 최고가 조형물 '아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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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스코센타앞 국내 최고가 조형물 '아마벨'

입력
1999.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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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벨」을 지키는 작은 시위『난해한 것은 「아마벨」 뿐이 아닙니다.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바하나 쉰베르그, 윤이상의 음악도 어렵죠. 피카소나 백남준의 작품도 따지고 보면 난해함 투성이 아닌가요? 난해하다는 이유로 아마벨을 철거해서는 안됩니다』

20일 오후 12시 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형빌딩 포스코센터 앞. 가수 조영남씨와 이성락 아주대 의무부총장이 최근 철거 이전 논란이 일고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환경조형물 아마벨 앞에서 아마벨 지키기 시위를 가졌다.

평소 미술품 애호가(이성락)로, 또 국내외에서 수차례 작품전(조영남)을 가질 정도로 현대미술에 애정을 품어 온 두 사람은 「흉물 덩어리」로 소문난 아마벨이 왜 아름다운지 설명했다.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포스코 건축물에서 뿜어나오는 기하학적인 냉랭함을 상쇄하는 탁월하고 창조적인 작품입니다. 건축물과 조각품의 대칭미가 따뜻함과 푸근함을 불러 일으키지 않습니까』

국내 최고가 조형물의 수난

180만 달러(당시 구입가 17억 5,400여만원)라는 국내 최고가 조형물인 아마벨이 포스코 앞에 설치된 것은 97년 9월. 2년이 흐른 지금 철거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창호 포스코 서울사무소 소장은 『난해함 때문만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철거 주장의 이유로 『포철의 기업문화나 성장역사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특정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벨」은 작가 스텔라의 절친한 친구였던 홀슈 국제철강협회 사무총장 부인의 딸 이름으로 이 작품은 19세에 비행기 사고로 요절한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뜻에서 제작됐다는 주장. 당시 세계철강협회 회장이던 김만제 포스코 전 회장은 홀슈 부인으로부터 스텔라를 소개받아 이 작품을 들여왔다. 미술계에선 이를 놓고 조각품 철거가 김만제 전 회장의 잔재를 없애려는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게 아닌지 바라보고 있다. 실제 6월말 포철 이사회가 철거 결정을 내리기까진 포철을 세운 박태준 총재의 자민련 의원들이 「문민정부 시절 포철의 대표적인 장식품 낭비」라고 비난한 것이 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측은 이 작품이 기업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 포스코 앞에, 미끈한 첨단 철강소재를 생산해내는 포스코앞에 웬 고철덩어리냐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명씩 드나드는 포항제철 외부 손님이나 이 건물 앞을 지나는 시민들마다 『보기 싫으니 치워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거는 예술에 대한 사망선고다

하지만 미술계나 건축계는, 일부 철거론자도 있지만, 예술의 자존심을 걸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마벨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석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난해한 추상미술이라고 배척한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수치다. 미술협회 차원에서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93년 스텔라전을 국내 처음 개최했던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대중의 안목에 따라 성급하게 철거 방침을 결정지어서는 안된다』면서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그의 작품만큼 역동적이고 강한 표현력을 가진 작품을 우리나라 어디에서 찾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처럼 큰 대형 작품은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스텔라의 대표작』이라면서 『세월이 흐르면 포스코센터 건물보다 더 값비싸질 수 있는 국가재산』이라고 말했다.

건축가 함인선(인우건축 대표)씨는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라는 선도적 개념과 아마벨의 아방가르드성은 조화를 이루며 테헤란로의 난해함과도 썩 잘 어울린다. 혹 대중이 이해 못하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세계적 공감을 인정받는 작품이라면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작가는 실제로 이곳을 수차례 방문, 조화를 이룬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강선학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미술평론가)도 『스텔라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복합성을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서정적 방법으로 비판한 작품』이라면서 『이 작품의 철거에 다른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예술에 예술 외의 논리를 개입시킨 비극』이라고 말했다.

아마벨의 운명은?

여하튼 포스코는 요지부동의 철거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포철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이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으나 현대미술관 측이 작품 수집 심의자체를 유보하자 제3의 장소로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이나 광양 등 적절한 장소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측은 『절단, 재조립 과정에서 기술부족 등으로 원형에 큰 변형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 등 법적 문제도 없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기업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예술계의 주장은 독선』이라는 기업의 논리 앞에 『예술은 예술일 뿐』이라는 문화계의 「작은 목소리」가 얼마나 큰 힘으로 맞설 수 있을지. 아마벨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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