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드림·매직리그 1위인 롯데-삼성전. 이날까지 탈삼진 1위, 시즌 11승을 달리던 롯데 에이스 주형광은 삼성에 대포 2발을 맞고 6실점하며 3회를 겨우 넘기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운드를 내려왔다.투수들이 기가 막히다. 후반기에도 마운드는 여전히 「투수들의 무덤」이 되고 있고 「불방망이」는 기름이 얹혀진듯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 한국야구위원회가 방망이질을 무디게 하기 위해 후반기부터 마운드를 10인치에서 3인치나 더 높였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무효(無效). 「타고투저」가 개선된 점은 전혀 없고 오히려 악화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휴식기를 거친뒤 후반기가 시작된 17일이후 13게임에서 터져나온 홈런은 34개. 경기당 2.61개꼴. 333경기동안 797홈런이 나온 전반기는 경기당 2.39개. 마운드가 10인치일때보다 게임당 0.22개나 더 터져나왔다.
안타수나 득점면에서도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기는 마찬가지다. 전반기는 게임당 10.87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들어 13경기에서 165점이나 돼 게임당 12.69점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수도 전반기는 게임당 19.05개였던 반면 후반기에서는 게임당 21.07개가 터져나와 불방망이는 오히려 더 타오르고 있는 꼴이다. 그나마 개선된 것은 볼넷. 전반기에는 게임당 7.67개를 기록했지만 후반기들어서는 82개만 나와 게임당 6.3개로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마운드 높이효과를 볼 수 있는 삼진은 오히려 퇴보. 전반기에 게임당 12.82개가 나왔지만 후반기에는 게임당 11.69개만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통계로만 본다면 마운드 높이조정이 오히려 투수들을 괴롭히는 꼴이 됐다.
그렇다면 투수들이 높아진 마운드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일까. 투수들은 눈높이가 높아져 피칭이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타고현상이시즌내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이 앞선다. 한마디로 마운드 높이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일성KBS해설위원은 『투수의 질이 저하된 지금의 현실에서 마운드 높이조정만으로는 투저현상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환 인천방송 해설위원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면서 『마운드 운영원칙이 무너지면서 투수들의 질적저하는 물론이고 투수의 책임감마저 결여시켜 타고투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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