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치안 총체적 위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치안 총체적 위기다

입력
1999.07.21 00:00
0 0

신창원사건이 갈수록 국민을 놀라게 한다. 신창원 검거에 안도했던 국민들은 그의 일기장을 통해 도피중 행각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금품을 강탈당하고도 범인과 타협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고, 수사경찰관이 신창원의 동거녀를 성폭행한 사건까지 밝혀져 경악하고 있다. 가히 치안의 총체적 위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신창원사건에서 드러난 치안의 구멍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수사경찰관의 신창원 동거녀 성폭행이다. 국민은 경찰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공복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범죄인 동거녀의 쫓기는 처지를 악용해 성폭행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

2년6개월여 전국에 걸쳐 펴온 경계망도 모두 구멍난 그물로 확인됐다. 아직 확인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신창원의 메모는 이 나라에 과연 치안이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경찰검문은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신창원은 지난해 1월 동거녀의 오빠가 폭력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자 피해자와 300만원에 합의하기 위해 두 차례나 충남 예산경찰서에 찾아갔고, 수사경찰들에게 돈도 건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서울 포이동에서 불심검문을 당해 2명의 경찰관과 격투를 벌였을 때는 권총을 쥔 경찰관의 손을 주먹으로 내리쳤는데, 경찰관이 『총만 주고 그냥 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에는 전북 익산의 호프집에서 신창원으로 의심하는 경찰관에게 연행됐으나 파출소까지 가는 도중에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탈옥 첫 날에는 전국에 삼엄한 경계망이 쳐진 가운데 택시를 타고 서울 천호동까지 검문 한 차례 받지 않고 안착할 수 있었다. 『경찰이 이 지경인데 어떻게 발 뻗고 자겠는가』 『피해자가 범인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는 국민들의 한탄은 당연하다.

치안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다. 역대 군사정권이 경찰을 정권연장의 방패로 이용하는 동안 경찰 본연의 임무인 민생치안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고위층은 개인의 영달에만 집착해 경찰의 기능과 사기가 계속 떨어진 것이다.

신창원사건으로 경찰의 치부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금은 경찰이 진정한 개혁을 단행할 호기다. 경찰은 치부를 낱낱이 공개해 개선함으로써 민주경찰, 국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차제에 보복이 두려워서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세태가 바뀌도록 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조치를 연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