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이 존 F 케네디 2세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겨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케네디 2세의 아파트 현관과 아버지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의 묘지에 추모의 꽃다발이 쌓이고 있다.슬픔으로 가득찬 꽃다발에는 최고 명문가인 케네디가의 「신화」가 허무하게 끝난데 대한 미국인들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또 그의 죽음은 아버지의 영결식장에서 천진난만하게 거수경례하던 꼬마 케네디 2세를 기억하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눈물샘」을 자극한 게 분명하다.
사실 그는 미국의 신화로 여겨질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명문가의 잘 나가는 자손이고 미 역사상 유일하게 백악관에서 태어난 대통령의 아들이다. 잘생긴 외모에 만능 스포츠맨이고 96년에는 피플지에 의해 「가장 섹시한 남성」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겉모습만이 아니다. 내면의 성숙함도 갖추고 있었다. 다이애나가 생전에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에게 『케네디 2세를 본받아라』고 교육시킬 정도였다. 얼마전에는 워싱턴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려고 했으나 그가 『그만한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는 분명히 각종 유혹에 빠지기 쉬운 위치에 있었지만 품위를 지켰다.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어머니 재클린여사는 94년 암으로 사망하면서 그에게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지 케네디 가문과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는 어머니를 거스르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리는 비행조종사 자격증도 지난해에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죽음에 관한 사설에서 『케네디 2세는 경솔한 태도로 주어진 특권을 남용하지 않고 위엄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 부모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았다. 잘 만난 부모덕에 얻은 특권을 함부로 사용하는 바람에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우리의 명문가 2세들에게분명 교훈이 될 만하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