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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새벽 땀방울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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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새벽 땀방울이 준 선물

입력
1999.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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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첫 애를 출산하고 이제 14개월이 지났건만 하루 종일 애한테만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료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IMF한파가 휩쓸고 지나간 여파로 남편의 월급은 연봉제니 임금동결이니해서 대폭 삭감된 상태였고, 쪼들리는 월급에 나갈 돈은 왜 그리 많은지. 점차 불만과 무기력함이 쌓여가던 차에, 마침 이웃 새댁의 소개로 옆 아파트 단지에 신문을 돌리게 되었다.생각외로 아파트 단지내에 신문돌리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대다수가 아줌마들이며 한 번 시작한 사람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여년을 넘게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솔직히 난 내 힘으로 뭔가 하고 싶었고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문제는 새벽에 자주 깨는 우리 아가! 결사반대하는 남편도 문제였다. 끈질긴 나의 설득에 남편도 손을 들어 주었고 새벽에 혹 애가 깨기라도 하면 우유라도 먹여 재워주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 나는 것도 걱정이었는데 일어날 시간이 되면 거짓말같이 반짝 눈이 떠지는 것이었다. 물론 탁상시계를 미리 맞춰 놓긴 하지만.

어느덧 신문배달을 시작한지 만 4주가 되어 간다. 그동안 다행히 늦잠을 자본 적도 없었고, 아기도 낮에 놀이터며 이웃집을 돌며 신나게 놀아준 결과, 밤에 거의 깨지 않고 돌아올때까지 푹 잔다. 일을 끝내고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 올 때는 너무 뿌듯하고 상쾌해 기분이 좋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닌,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이기에 후회도 없고 떳떳하다.

그리고 이번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이 편견으로 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막연하게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막상 해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땀 흘려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보람된 일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월급을 탈 텐데, 그 돈으로 뭘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본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몸보신 겸해서 외식을 시켜 줄까보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동화책과 마침 세일중인 휴대용유모차를, 친정엄마께는 얼마전 생신때 형편을 핑계로 변변한 선물 하나 못해 드렸는데 좋아하실 만한 걸로 선물도 해 드려야 겠다.

/김민정·주부·인천 계양구 효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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