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만큼 사랑받는 오페라도 드물 것이다. 폐병에 걸린 고급 창녀 비올레타와 귀족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줄거리이지만 극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이다.1853년 초연 결과는 끔찍했다고 한다. 여주인공을 맡은 소프라노가 배역에 어울리지 않게 몸이 거대해서 관객은 연민을 느껴야 할 순간에 웃음을 터트렸다. 환락에 몸을 맡긴 부도덕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다니 말도 안된다는 규탄도 잇따랐다.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비올레타의 살롱이나 거기서 파티로 밤을 지새며 빈둥거리는 귀족들의 생활은 바로 베르디 당대의 풍속도였다.
김자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김홍승 연출, 함신익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8월5~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라간다. 가수가 노래만 잘 한다고 오페라가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이번 공연은 일단 출연진에서 기대를 걸 만 하다. 소프라노 박정원, 테너 김영환, 바리톤 김동규, 메조소프라노 김현주 등 국내 간판급 스타가 한 팀, 또다른 한 팀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전소은, 테너 이원준 등이 나온다.
전소은은 96년 국립오페라단의 「청교도」에 출연한 적이 있고 이원준은 이번이 국내 오페라 무대 데뷔. 전소은은 비올레타역을 이탈리아에서 40번도 넘게 했다. 올초 서울에서 처음 한 독창회에서도 생생한 표정과 연기로 비올레타의 아리아를 아름답게 노래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원준은 올 가을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라보엠」의 「로돌포」역이 예정돼있고 내년 1월 로마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공연한다. 두 사람은 『배역에 푹 빠져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02)393_1244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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