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결시한」설정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등 당사국들이 이번 합의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 협상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미국을 방문중인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9일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와이리버 협정」의 이행방안에 관한 절충작업을 마무리한 뒤 「모든 중동평화 협상을 15개월내에 마무리 짓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두 정상간의 협력, 양국간의 전략적 제휴 강화, 미국의 이스라엘 안전보장 등도 담겨 있다. 특히 미국은 벤야민 네탄야후 전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영토 13%를 팔레스타인에 양도하는 내용의 「와이리버 협정」을 이행치 않아 동결한 12억달러의 지원금을 다시 재개키로 하는 등 첫회동부터 바라크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15개월의 데드라인은 팔레스타인을 비롯, 시리아 및 레바논과의 평화협상을 포괄하는 것이다. 이 기간은 이스라엘이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미 대선을 염두에 둬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중동평화협상의 관심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시리아 등의 개별회담에 쏠리게 됐다. 방미직전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의 정상들과 입장을 타진한 바라크는 귀국 후 구체적인 회담을 시작할 계획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내달초 중동지역을 순회하면서 평화협상 무드를 조성한다.
그러나 평화협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넘어야 걸림돌들이 많다. 당장 아랍국가들의 경계심을 완화시켜야 한다. 아랍권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밀착관계를 유지하면서 힘으로 협상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F16전폭기 50대를 구입키로 한 합의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바라크의 협상방식에 대해서도 불만들이다. 바라크는 기존에 진행되거나 합의된 협정에 관계없이 새 협상에 들어가자고 제안했으나 팔레스타인은 「와이리버 협정」의 즉각 이행을, 시리아와 레바논은 이스라엘군의 골란고원 선 철수를 요구, 팽팽히 맞서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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