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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찰 또 뒷걸음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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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찰 또 뒷걸음치나

입력
1999.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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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 갔는가. 임창열 경기도지사 부부의 비리혐의를 단호하게 처리하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듯 하던 검찰은 다른 정치인들의 관련의혹이 추가로 대두하자 다시 좌고우면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의혹있는 곳에 검찰있다」는 신화를 만드는 듯 하더니 「정치있는 곳에 검찰 없다」는 「전설의 고향」으로 다시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검찰의 속절없는 운명인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임지사 부부를 권세의 정상에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끌어내린 검찰이 마주한 것은 국민의 박수만이 아니다. 임씨 부부의 몰락을 가져온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또 어떤 힘있는 인사들이 관련됐느냐는 의혹을 국민은 제기하고 있다.

힘있는 자들이 잘못되는 것을 즐기려는 여론의 악마적 특성이나, 때를 가리지 않고 선정주의에 몰두하는 무책임한 언론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의혹의 대상이 된 정치인의 실명이 이미 공개되고, 구체적인 돈 거래 액수가 거론되는 판국에 『소문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다』고 손을 내젓는 것은 거듭나겠다는 검찰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매도당했던 것은 사회적 파문이 큰 의혹사건일수록 원칙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정치적 눈치보기를 거듭한 탓이다. 수사 대상조차 안된다고 하다가 금세 엄청난 죄를 묻겠다고 방침 뒤집기를 되풀이한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전에없이 칭찬받은 것은 최고 통치자와 이래저래 친분이 깊다는 임씨 부부를 단호하게 사법처리한 덕택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오랜 세월 쌓여온 국민의 불신이 일거에 해소된 것으로 여긴다면 착각이다.

임씨 사건은 최근의 여러 의혹사건과는 달리 여론이 들끓기 전에 검찰이 스스로 들고 나온 사건이다. 이 때문에 심각한 신뢰성 위기에 처한 권력과 검찰이 이해득실을 충분히 저울질한 뒤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국민은 짐작하고 있다. 이런 속내를 아는만큼 호의적 평가엔 분명 한계가 있고, 다른 정치인 관련 의혹이 추가로 대두한 것과 함께 국민의 시각은 냉정한 과거로 되돌아갔음을 알아야 한다.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임씨 부부 구속은 순간의 성공에 그칠 것이다. 여론을 변덕스럽다고 탓하는 것은 제 본분과 처지를 잊은 오만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곁눈질 않고 앞만 보는 수사」로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관련된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의 믿음을 되찾겠다는 검찰과 권력의 바람은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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