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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많은 55년] 70대할머니 26억대 황혼이혼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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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많은 55년] 70대할머니 26억대 황혼이혼 승소

입력
1999.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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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쑤셔 밤잠을 설친다. 나의 인생이 험하다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긴긴 세월 부정한 생활과 난폭한 매질에 사지가 멍들었다. 나는 왜 이다지 멍들어가면서 살아야 하나』55년동안 남편의 불륜과 폭행을 참아야만 했던 한많은 여인이 평생동안 남편의 비행을 적은 비망록의 도움으로 법원으로부터 이혼판결을 받아냈다. 70대의 이 할머니는 24억여원의 재산분할과 2억원의 위자료도 받게됐다.

외동딸인 A(73·여)씨가 남편(75)과 결혼한 것은 44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방을 차렸고 6남매를 낳았다. 그러나 직업군인이던 남편의 박봉으로는 끼니조차 제대로 이을 수 없었다. A씨는 미제물품 행상, 보세의류 장사 등을 통해 가계를 꾸렸고 남편이 예편하자 사업밑천까지 댔다.

그러나 남편은 타고난 바람둥이였다. 내로라하는 여배우와 불륜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배다른 아이까지 가졌다. 나이가 들어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90년엔 유부녀와 모텔에 들어갔다 경찰서까지 끌려갔다.

폭력도 잦았다. 남편에게 맞아 다친 귀는 보청기를 껴야했다. 자녀들이 말리면 자녀들도 구타했고,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도 아내를 폭행했다.

그러나 숙명으로 알고 참아왔던 A씨가 이혼을 결심한 것은 남편이 배다른 아이를 몰래 호적에 올리고 장남을 형사고소했기 때문.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대신해 장남에게 사업을 맡기자 남편이 재산을 빼앗으려 든다며 장남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일찍부터 남편보다 장남에 의지해온 A씨는 더이상은 살 수 없다고 판단했고 소송을 내면서 그동안 적어둔 대학노트 한 권 분량의 비망록을 제출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이재환·李載桓부장판사)는 19일 촘촘하게 적힌 A씨의 비망록을 검토한 뒤 A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망록에 비춰볼 때 A씨 부부가 파탄에 이른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며 『남편은 A씨에게 위자료 2억원과 A씨가 재산형성에 기여한 정도를 고려, 순자산액 73억여원 가운데 2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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