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한번에 그치지 않는다. 존 F 케네디 2세를 죽음으로 몰고간 16일의 마지막 비행도 예외는 아니었다.그 날밤엔 달빛도 없었고, 안개로 시계도 좋지 않았다. 해상비행에는 매우 취약한 날씨였다. 더구나 조종사인 케네디 2세는 발목을 다쳐 4일전까지 다리를 깁스한 상태. 그는 또 자신의 미숙한 조종실력을 감안해 야간비행을 피하려 했으나 야간비행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에는 9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고 순간까지의 행로는 「불행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비행 지난해 4월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케네디 2세의 실제 비행경험은 100~200시간. 미 연방항공국(FAA)에 등록된 비행시간은 46시간에 불과했다. 이 정도 경험으로는 야간에, 그것도 바다위를 비행하기는 무리라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네디 2세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야간비행시 항상 비행교관을 동승시켰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야간비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금요일(16일) 낮 출발하려던 그의 계획은 모건 스탠리 딘 위터에 일하던 처형의 일이 늦어지면서 연기됐고, 그 자신도 뉴욕시내의 교통체증에 걸리는 바람에 이륙은 다시 연기됐다. 비행기가 이륙한 것은 저녁 8시 38분. 마침 깔리기 시작한 안개로 인해 시계가 6~8㎞밖에 되지 않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발목을 다쳐 사고 4일전 깁스를 한 채 비행했던 케네디 2세는 비행교관을 동승시키고도 『페달을 밟을 때 무언가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행교관조차 없었다. 이륙 1시간후인 9시40분께 마서드 비녀드 서쪽 29㎞ 해상에 진입한 케네디 2세는 29초동안 3㎞를 날아가면서 고도를 2,500피트(750㎙)에서 1,800피트(540㎙)로 급강하했다. 그리고는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
이같은 급강하는 그의 사라토가 경비행기가 견딜만한 수준이지만 남가주대 항공안전학과의 한 교수는 『이 정도의 경비행기라면 통상 (사고기의 경우보다) 절반정도 강하한다』고 말했다. 조종미숙을 뒷받침해 주는 말이다.
수색작업 해안경비대는 이틀간의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마친 뒤 19일 케네디 2세의 생존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며 수색작업의 초점을 구조에서 잔해 및 유해 회수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안경비대측은 『바닷물의 온도(섭씨 20도)를 감안할 때 최대 생존시간은 18시간을 넘지 못하며 사고기에는 구명장비조차 없었다』고 밝혀 케네디 2세와 부인, 처형의 생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실시된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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