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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려도 소리없는 부자촌들] 大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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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려도 소리없는 부자촌들] 大盜 불러들인다

입력
1999.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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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성북동 일대 등 부자촌이 떨고있다. 『부자촌은 현금과 귀금속이 쌓여있는 보물창고인데다 구린돈이 많아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전문 강·절도단의 촉수가 이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IMF사태 이후 일부 졸부들의 그릇된 소비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과 궤를 같이한다.19일 고급빌라촌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어른 키의 두배는 됨직한 담장 곳곳에는 전문 사설경비업체가 설치한 도난경보장치가 번쩍이고 있었다.

경보장치로도 부족해서인지 사설경비원들이 골목 골목마다 자리를 차지,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 덕분인지 지난 한해동안 이곳에서 신고된 도난사건은 한건도 없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렇지도 않다. 한달에 적어도 한건 이상의 도난사고가 발생한다는 소문이 알음알음으로 퍼져있었다. 사설경비원 최모(56)씨는 『누구 누구집이 당했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그 집에서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신창원(申昌源)이 도피행각을 벌이던 중 지난 5월31일, 2억9,00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는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촌도 방범망이 삼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럴수록 범죄의 표적이 되기는 더욱 쉬운 법. 경찰관계자는 『전문 강·절도단의 경우 목표를 정한뒤 며칠씩 동태를 파악,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아무리 잘 갖춘 방범망도 무용지물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7년 10월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동네 성북동 일대 주택가에서 수억원어치의 귀금속을 털었던 전문털이범의 경우 「재계인명록」을 통해 신상정보를 입수한뒤 일주일여간 동태를 감시하는 치밀함 끝에 방범망을 뚫었다.

경찰관계자는 전문 강절도단이 위험과 노력을 감수하면서 이곳을 노리는 이유는 『한번에 엄청난 수확을 거머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관계자는『떳떳하지 못한 돈을 가진 경우가 많아 신고하려하지 않는데다 신고하더라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다』며 이런 이유로 이들을 노리는 범행이 갈수록 늘고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IMF직후인 같은해 12월에는 고급주택가에서 빈집만을 골라 미화 6만달러등 7억여원을 털은 절도범이 붙잡혀 모두 18건의 범행을 자백했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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