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내각제 개헌 관철」 「국민회의와의 내각제 협상 유보」19일의 자민련 의원총회가 이같은 결의를 함으로써 내각제 협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내각제 강·온파간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강경 목소리가 자민련 의총 분위기를 일방적으로 주도했다.
지난 12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자민련 일부 당직자들에게 『최선이 아니면 차선 이라도 생각 해야한다』며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 발언을 한 뒤 급류를 타던 「내각제 연기」분위기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날 결정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즉 「DJP」에 대한 항명(抗命)인지, 아니면 협상력 강화를 노린 행동인지는 분명치 않다. 김총리는 자신의 개헌유보 발언이 파문을 불러 일으키자 『대통령과 내각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 없다』며 『당이 결정 하는대로 따를 것』이라며 「당명 복종론」을 제기했다. 따라서 이날 의총은 1차적으로 당론을 거르는 자리였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의총을 마치며 『의총 결과를 김총리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혀 김총리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물론 의총이 최종적인 당론 결정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의총결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다.
의총보다 상위기구인 당무회의에는 내각제 개헌유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온건파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의총에서 강경발언이 속출한 것은 충청권 강경파의원들이 충분한 사전 교감을 했기 때문인 것 으로 보인다. 강경파의 핵심인물인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이인구(李麟求)부총재등은 일부러 불참했다. 개헌 유보에 비판적인 충청권의 지역 정서도 의원들의 강성 발언을 부채질 했다.
개헌유보 국면을 맞아 자민련이 정체성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조짐을 보인 것도 의원들에게 위기감을 주었다. 김총리가 일부 충청권의원들에게 『의총에서 당론을 재확인, 원점에서 내각제 문제를 재논의해야 당이 결속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의총결정이 「연내 개헌 유보」라는 대세(大勢)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의 협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 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련은 개헌연기를 전제로 협상을 시작할 경우 내각제는 완전히 물건너갈 뿐만 아니라 총선 공천 지분을 포함, 실리를 제대로 챙길 수 없다고 계산한 것이다.
자민련이 이미 구성된 내각제협상기구인 「8인협의회」 활동을 일단 유보하고 당론 결정 절차를 거쳐 협상기구를 재구성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충청권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자민련측 협상대표인 김현욱(金顯煜)총장을 교체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경파들은 또 협상기구 성격도 내각제 개헌 유보에 따른 후속 논의가 아니라 내각제 추진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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