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식의 코미디가 등장했다. 18일 오후 9시에 방송된 KBS 2TV 특집 「개그 콘서트」. 그간 대학로 소극장들을 중심으로 간간히 시도돼 큰 인기를 끌었던 공연 코미디를 방송 스튜디오로 끌고 온 것이다. 현장성과 즉흥성으로 특징 지워지는 연극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보다 생생하고 유쾌한 코미디 장르를 선보이려는 것이 제작진의 기획 의도이다.토크나 꽁트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코미디에서 탈피분 전체를 아이템당 2분 정도의 15개 스피디한 브릿지들로 채우고, 「난타」류의 타악과 춤 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기존 코미디가 꼭지당 8~15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다. 무대 또한 별다른 세트나 장식을 쓰지 않고 최소한의 조명과 소품으로 방청객과 시청자들이 코미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순전히 「입」과 순발력만으로 웃겨야 하는 것이다. 팀의 좌장격인 전유성이 아이디어 뱅크를, 중견 코미디언 김미화는 연기 지도를, 공연코미디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백재현이 전체적인 흐름을 조절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8명의 출연자들이 두달동안 연습에 몰두해왔다. 또 프로그램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김대희, 김영철, 김지혜 등 신인 개그맨들을 과감히 기용했다.
아직은 포맷 자체가 불안정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일단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속도가 하도 빨라 『웃을까 말까 하는데 휙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나』는 박중민 담당 PD의 걱정에도 불구, 방청객들은 큰 박수로 새 프로그램을 축복했다. 방청객들의 앵콜 요청으로 즉석에서 세 코너나 다시 만들어지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매주 그 많은 아이디어를 새로 뽑아내는 것도, 엄청난 연습 분량을 소화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해봐야죠』라는 백재현의 말처럼, 모두들 결의에 차 있다. 박중민 담당 PD는 『출연자들의 성화에 오히려 제작진이 떠밀려 가는 분위기』라면서『다행히 첫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이 괜찮아 고정 시간대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미디계에 자그만한 자극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황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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