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시원하게 보내기는 힘들 것 같다. 정치와 경제에서 각각 큰 불안이 솟아올라 무더위속에 갈등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내각제파동이, 경제에서는 경기과열론이 쌍둥이 불안을 구성하고 있다. 어떤 시원한 피서지를 찾아 가더라도 이같은 쌍둥이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치기는 힘들 것 같다.■내각제파동은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국무총리간의 「약속 불이행」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불안의 문제가 아니다. 97년 대선 직전 두사람의 내각제합의는 우리 정치사에 남을만한 하나의 상징적인 약속이었다. 국가권력상 제1인자와 제2인자간의 약속이 이렇게 뒤집어진다면 도미노현상처럼 일반약속들의 구속력도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벌들의 개혁약속, 공직자들의 청렴약속, 근로자들의 정리해고 수용약속 등은 어떻게 될는지.
■이에 비하면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으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두자릿수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높을 것이라는 경기과열론은 얼핏 큰 일 아니라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권력구조를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진 마당에 경기과열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한가하지 않느냐고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과열론은 환란 극복과정에서 의외로 맞게 되는 중대한 고비이며, 국민생활에 내각제파동 이상으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안타까운 점은 쌍둥이 불안을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고, 국민은 결국 관전자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환란의 경우 집권층뿐 아니라 은행 기업 소비자등이 모두 일정한 몫의 책임을 나눠 가지는데 비해 지금의 불안은 거의 전적으로 여권의 핵심과 경제팀이 만들어내고 있다. 환란에 짓이겨진 실물경제가 이러한 불안에 견딜 정도로 저항력을 회복했는지 걱정이다. 쌍둥이 불안에 노심초사하며 여름을 넘기고나면 어떤 가을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를 일이다.
/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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