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등대] 아이 키우기 겁나는 세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등대] 아이 키우기 겁나는 세상

입력
1999.07.19 00:00
0 0

『우리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서울 세화공원 어린이 살해사건이 일어났던 16일 오후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1반. 숨진 조영은(4)군의 아버지 조재철(36)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던 살인범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4살배기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얼굴은 눈물과 분노, 허탈감으로 온통 일그러져 있었다.

『그 어린 것을 왜? 왜!』 아버지는 말을 잊지 못하고 의자에 주저 앉아 통곡했다. 그의 눈물을 개인적인 불행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이번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3명의 아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끔찍하게 칼부림을 당했다.

범인은 놀랍게도 어린이와 청소년 등 30명을 한꺼번에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범인은 이날 아침 살인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인근 묵동초등학교를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경비원의 제지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일 경비원이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또다른 참사가 빚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범인이 하나하나 털어놓은 말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혼자 죽기는 억울하고 사형선고를 받으려고 죽였다』『어릴 때 날 괴롭힌 애들을 상대로 복수를 했다』『어린애가 죽이기 쉽다』『어린이와 여자 등 죽일 사람을 찾아 다녔다』

최근 들어 씨랜드 화재사고와 황산테러사건 등으로 수십명의 죄없는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아이들만 골라 죽이려는 미치광이까지 등장했다. 단칸 월세방에 살며 미싱공으로 일하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다. 『언제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변이 일어날 지 겁이 난다』는 한 이웃주민의 말은 이 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자녀를 마음놓고 집밖에도 내보낼 수 없는 세상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