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일터와 사람들 - 수상안전요원 千恩求휴가와 방학으로 모두가 바캉스나 피서계획에 들떠 있는 여름철에 시민들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초긴장상태로 7~8월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한국청소년연맹 생활체육부 소속 수상안전요원 천은구(千恩求·30)씨는 한강변 수영장에서 7년째 「사고(事故)와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한강 수영장 안전요원중 가장 베테랑인 천씨가 올여름 배속된 곳은 광진구 뚝섬수영장. 어린이·청소년·성인용 등 3개 풀이 있어 여름방학이 되면 주중 3,000~4,000명, 주말에는 5,000~6,000명이 이용하는 대형수영장이다.
『어린이들이 풀주변에서 뛰다 넘어지는 사고는 매우 흔하고 어른들도 다이빙을 하다 다치거나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경우가 하루 1~2회는 일어나지요』
천씨 등 10명의 요원들은 수영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수영모를 착용하고 있는지, 준비운동 없이 다이빙을 하지는 않는지, 음주상태에서 수영을 하거나 샤워를 하지않고 풀장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는지를 주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다.
『규칙을 위반해도 특별히 제재할 권한은 없지만 사고가 나면 책임지라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습니다. 큰 사고가 날까봐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지요. 피크타임인 오후2~3시는 입이 바짝 마를 지경입니다』
예전에는 음주나 도박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대신 오일을 바르고 선탠을 즐기는 이용객들이 샤워를 않고 바로 풀장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골치거리. 『오일을 닦지 않고 물에 들어가면 결국 그 오일을 자신들이 먹는 셈인데도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습니다』
수영장내 경찰관인 안전요원들은 개장이전과 폐장이후에도 온갖 잡일 처리에 허덕인다. 오전7시부터 2시간 동안은 수영장 바닥청소와 급수, 오후6시이후에는 수면위 오일제거와 오물 등 쓰레기 청소 및 수질검사를 해야한다. 특히 오일제거는 양동이질을 수십번해야 할 정도로 양도 많고 일도 고되다.
하루일과가 끝나면 오후8~9시. 인천이 집인 천씨는 아예 이곳에서 잠을 청한다. 날이 좋으면 수영장 옆 바닥에서, 비가오면 사무실에 자리를 편다.
고교 재학때 유도선수로 금메달까지 수상했던 만능운동선수인 천씨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목사인 아버지가 뒤를 이으라며 운동을 극구 반대해 당시 유도대(용인대)합격을 뒤로한 채 신학대에 가야했던 것. 그러나 대학을 다니며 생활체육지도자(수영)와 스케이트 강사자격, 태권도·유도 공인 단증까지 취득하자 아버지도 더 이상 막을 도리가 없었다.
『대학 3학년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평생 직업이 됐습니다. 여름의 수영장 안전요원외에 나머지 시즌에도 롤러스케이트장과 스케이트 링크에서 강사 및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를 돕는 일에 종사하는 것도 아버지가 원하는 목회활동과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요』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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