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私債)시장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채시장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곁들인 사이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본격적으로 개인 사채업자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돈놀이」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사채시장」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현재 사채업자들을 위한 전용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소프트」「○○파이낸스」등의 상호를 내건 10여개. 사채업자들의 광고를 실어주고 고객들과 연결을 시켜주는 것은 물론 사채시장의 업무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주고 있다.
대구에서 「××상사」라는 사채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올초 개인 사채업자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회사어음의 종류별 할인율에서부터 대출종류, 구비서류 등을 꼼꼼히 소개하며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기존의 신문광고나 광고전단을 통해 이뤄졌던 전화 거래는 물론 전자메일을 통한 최첨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 테헤란로 등 일부 지역에서 「○○상사」 「○○개발」등 애매모호한 간판을 내걸거나 아예 간판조차 없이 음성적으로 영업을 해오던 사채업자들이 사이버 공간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최근 사채시장에 불어닥친 지독한 「한파」때문.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A급어음은 물론 B급어음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는게 명동 H투자 송모 사장의 말이다. 지난해 말을 고비로 명동 사채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셔터를 내리고 짐을 쌌다. 이들 중 상당수가 법인 형태의 「파이낸스」간판을 내걸고 공개적인 영업으로 전환한 것도 인터넷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이 「사이버 사채시장」을 통해 노리는 고객층은 그동안 사채시장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영세업체를 운영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젊은 층. 인터넷 홈페이지로 사채업에 나선 이모씨는 『제도권 금융시장만을 이용해온 젊은 층들을 조금이라도 흡수해 존폐위기에 몰린 사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버 사채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종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성탈루 소득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채시장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활개를 칠 경우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겨날 수 있다』며 『특히 제도권의 규제 밖에서 이뤄지는 거래인 만큼 개인들의 피해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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