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극복을 당면과제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미흡하지만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중앙정부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지방정부의 제2단계 구조조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세간에는 내년 선거를 의식하여 지방정부의 구조조정을 유야무야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왜 그럴까. 첫째, 지방정부 구조조정의 핵심인 중앙과 지방간의 사무재배분을 통한 기능의 재정립이 새 정부 출범이후에도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기능의 재정립없이 인력만 몇 %를 줄이라는 식의 구조조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앞으로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재배분이 제대로 되면 지방의 인력이 오히려 늘어나야 할 판인데 줄이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총정원을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한 증원이 필요할 때마다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둘째, 단체장 직선 이후 지방행정수요가 그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늘었는데 그간 지방정부는 자체재원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자본집약적 투자사업보다는 노동집약적 서비스행정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인력이 늘 모자랐다.
셋째, 그간 많은 교육훈련투자를 통하여 중앙공무원의 업무수행능력은 상당히 향상된 반면 지방공무원의 능력향상을 위한 투자는 극히 미미했다. 따라서 중앙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생산성향상을 지방공무원에게서 기대해 중앙정부에 준하는 비율의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넷째, 현재의 지방정부의 공무원정원 관리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정원은 인구나 면적 또는 기준행정수요의 양과 공무원의 생산성보다는 전국을 획일적으로 광역단체냐, 기초단체냐에 따라 정해진 기구표에 의해 배정한 것이어서 실제 지방행정의 현장에서 보면 매우 불공평하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지방정부의 정원관리를 자율화하여 구조조정을 스스로 잘한 지방정부에게는 지방교부세를 더 많이 주고, 잘하지 않은 지방정부에게는 교부세를 삭감하는 등 지방교부세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또 기준지방재정수요의 측정요소를 현재의 행정기구와 조직 중심에서 주민의 「삶의 질」향상에 필요한 기준지방행정서비스 수요로 전환하도록 지방교부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정원만 풀 것이 아니라 기구와 조직까지도 자율화해 「팀」제도와 같이 종래의 조직을 파괴하는 다양한 제도의 도입으로 지금의 다계층조직(실 국 과 계)과 방만한 기구를 축소·단순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사람중심의 계급제 인사제도보다는 일중심의 직위분류제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제도로는 피라미드식 조직이 불가피하고 승급을 위해서는 모두가 순환보직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다 보니 20, 30년 공직생활을 해도 전문성은 축적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급대신 일의 어려움과 책임의 무거움에 따라 직급을 재조정해 우수한 인력을 지방정부에 유치해야 한다. 이러한 우수한 인력만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생산성이 향상되어야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차질없는 구조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창현·한양대부총장·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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