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제의 인물] 복지부장관 부인 송외숙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제의 인물] 복지부장관 부인 송외숙씨

입력
1999.07.19 00:00
0 0

고관부인들의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이 한창 불거진 5월 하순, 한 현직장관부인에게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송외숙(51)씨.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부인이다. 약사였던 그는 「의약분업」 등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는 남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운영하던 약국을 자진 폐업했다. 신분을 벗어난 행동으로 남편의 얼굴에 「먹칠」했던 일부 고위관료 부인들의 행태와는 분명 달라, 그만큼 신선했다. 그로부터 2개월도 채 못돼 이번엔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부부가 거액 수뢰사건으로 구속됐다.『주부의 길은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 내조와 자식교육, 검소한 생활이 그 길의 출발이 아닐까요. 장관부인, 아니 그 보다 높은 지위에 있어도 마찬가질 겁니다』. 인터뷰를 극력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기자와 대면한 그는 주부의 역할을 그처럼 정의했다. 모든 여성이 그런 발언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고위공직자의 아내로서 몸가짐을 철저히 하려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겉모습으론 「멋」이나 「사치」와는 거리가 먼, 영락없는 「시골아줌마」다. 자그마한 체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생머리에 가까운 헤어스타일, 「시장패션」으로 보이는 수수한 옷차림 등. 에피소드 하나. 차장관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로 한 5월24일 오전 집으로 급히 전화를 했다. 『투피스차림으로 청와대로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옷장을 뒤져 외출할 때 자주 입었던 꽃무늬 투피스를 걸치고 머리는 빗질 한 번으로 단정하게 끝낸 뒤 청와대로 향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을 시간도 없었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혼생활은 절약과 검소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계기가 됐다. 대구 효성여대 약학과 4학년때인 71년 청와대 비서실에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가난했던 양가 형편탓에 부엌도 없는 2층 단칸셋방을 얻어 7년을 보냈다. 하지만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제약회사 근무로 내조가 부실해지자 직장을 그만 두고 78년 수유리 집 근처에 5평짜리 약국을 개업, 남편이 복지부(당시 보사부)를 떠나 한림대 교수로 옮기기전인 83년까지 운영했다. 송씨는 택시를 타본 기억이 없다. 버스나 지하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95년 대치동에 약국을 다시 열었지만 분당집에서 지하철로 다녔다. 대중교통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남편이 승용차(경차 마티즈)를 한 대 사줬지만 직장에 다니는 딸(28)이 이용한다.

엄마의 검소함에 딸이 가끔 제동을 건다. 목걸이와 귀걸이를 사다주며 멋을 내라고 조르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옷은 주로 시장이나 백화점세일때 사지만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머리손질은 1, 2달에 한번 하는 파마가 유일하다. 시어머니(86)를 모셔 좋아하는 운동을 할 기회는 적지만 틈날때마다 수영을 즐기고, 아파트 맞은편 공터에서 텃밭을 가꾸는 게 취미다.

『남편이 일찍 출근해 주로 빵과 죽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남편 일에는 간섭하지 않아요. 간섭할 이유도 없고요. 집안 분위기가 편안하면 되잖아요』 평범한 주부에서 장관부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20년전 수줍고 부지런함으로 가득찼던 수유리 「장미약국」 약사의 모습은 그대로 였다.

글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