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 어디까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의 뇌물수수 사건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사정을 예고하고 있다. 임지사처럼 여권의 거물도 정치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구속됐다는 사실에서 향후 사정의 강도를 느끼게 한다.
청와대는 사정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사정에는 기획성과 의도성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제2사정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현재 내사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정관계자도 『검찰은 밥먹고 하는 일이 사정』이라며 『검찰의 통상적인 사건 처리로 봐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청와대나 사정당국의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박준영대변인은 제2의 사정을 부인하면서도 부패척결을 힘주어 강조했다. 『국정 개혁차원에서 부패를 척결하겠다』 『지도층 부패를 청산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말도 했다. 임지사 사건을 계기로 부패척결 작업이 예상 수위를 넘어 강하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초점은 언제, 어떻게 부패척결 작업이나 사정이 이루어질 것이냐이다. 사정당국은 공식적으로는 『통상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임지사 부부를 구속한 여세를 몰아 사회 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고위공직자나 정치권이 몸을 사리며 소리 없이 주변을 점검하는 것도 이런 상황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부패척결 드라이브에 현실적인 한계도 엄존하고 있다. 방탄국회로 사실상 국회의원의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 정치권은 치외법권 지대 아니냐』며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의 비리혐의 첩보가 들어와도 수사에 착수할 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야당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면 철저히 단죄하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려면 야당파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사정당국은 일단 공직사회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파헤치며 엄격한 처리를 함으로써 정치권 사정의 당위성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의 비리혐의가 단죄되는 상황에서 정치권만 방탄국회의 뒤에서 안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정당국의 고위관계자들이 『나라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이제 국민과 언론이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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