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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사부부 사법처리]"임지사보다 주씨 힘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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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사부부 사법처리]"임지사보다 주씨 힘 믿었다"

입력
1999.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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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몸통」이고 누가 「깃털」인가. 서이석 전경기은행장이 은행 퇴출을 막는 핵심 로비대상으로 주혜란씨를 지목하고 4억원을 줬던 것은 남편 임창열 경기지사에 대한 영향력과 함께 주씨의 폭넓은 여권 인맥을 이용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우선 서행장은 검찰조사에서 『경기은행이 퇴출대상에서 빠지도록 이 업무 담당 관련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도와줄 사람을 찾던중 정·관계에 잘 알려진 주씨를 적임자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뛰어난 사교력으로 정계 고위층이나 부인을 포함해 금융감독위원회 등 고위 간부들과도 개인신상에 관한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주씨가 로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물론 주씨가 과거 경제부총리를 지낸 남편 임지사에게 일차적으로 경기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벌이도록 부탁하길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전행장이 임지사와 주씨에게 돈을 건넨 과정이나 규모 등을 보면 주씨가 직접 나서 로비를 벌이도록 부탁한 혐의가 역력하다.

서전행장은 5월말 경기 의정부시에서 차량에 1억원이 든 돈가방 2개를 미리 넣은 뒤 당시 경기지사 후보로 유세중이던 임지사에게 『후보님 도움이 되도록 쓰십시오. 승용차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은행 퇴출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아 당연히 선거자금인줄로 알고 받아 썼다가 퇴출결정후 뭔가 석연치 않아 돌려주었다는 것이 임지사측의 주장이다.

반면 서전행장은 10여일쯤이 지나 인테리어 업자 민영백씨를 통해 『금융감독위원회 공무원등을 통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구체적인 청탁을 조건으로 5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한 뒤 주씨의 승낙을 받아냈다.

이후 두차례에 걸쳐 경기 용인시 구성면 주씨의 별장으로 찾아가 임지사에게 준 것보다 4배나 되는 4억원을 주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돈을 받은 주씨는 남편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채 이후 정계와 고위 공직자들이나 그 부인들과도 자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임지사 선거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주씨는 임지사가 당선된 뒤 당선자 부인의 신분으로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계의 한 인사는 『선거후 한 모임에서 주씨가 「경기은행은 퇴출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임지사를 포함한 단체장들이 지방은행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부부사이면서도 돈주머니도 따로, 로비도 따로 했던 두 사람의 행태가 동반구속이라는 화를 자초한 셈이다.

/황양준기자naigero@hk.co.kr 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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