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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민은 구경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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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민은 구경꾼이 아니다

입력
1999.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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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공안부장이 파업 유도 발언으로 온 나라를 놀라게 한지 한달이 훨씬 지났다. 그사이 이 발언의 충격적인 파문은 진상 규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지리멸렬하면서도 주도면밀한 싸움에 떠밀려 어느 구석으론가 사라진 느낌이다. 정치권은 국정 조사 문제로 치고 받더니, 이어 특검제 논란으로 밀고 당기느라 세월만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세풍」 수사를 놓고 정면 충돌, 국정 조사와 특검제 모두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정치권의 풍향이 아침 저녁 바뀌는 것을 고려하면 국정 조사와 특검제 도입을 비관하기는 이르다. 당장 판을 뒤엎을 것처럼 서슬 시퍼렇게 싸우다가도 금세 돌아서 웃으며 함께 밥먹기를 되풀이해온 정치권이니 이번에도 어느 순간 나름대로 절묘한 타협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고비마다 여야 대표가 손을 잡고 「정치는 타협의 예술」 운운하며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새로운 정치를 다짐하는 것을 숱하게 지켜보지 않았던가.

■국민은 이런 정치 놀음에 식상했다. 정치권의 뻔한 수순에 익숙한 국민은 어떤 묘수 풀이에도 흥미가 없다. 다시 우여곡절끝에 여러 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를 하더라도 역시 국회의원들의 청문회 쇼로 끝날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뒤늦게 특별 검사제에 합의해도 검찰과 공안조직의 은밀한 공작 의혹을 파헤칠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은 길거리 박보 장기판의 물정모르는 구경꾼이 아니다.

■파업유도 의혹과 대선자금 문제는 우리 정치를 이 모양으로 끌고온 그릇된 관행을 혁파하자는 결단과 합의없이는 여야 어느 쪽도 온전한 진상 규명과 문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점은 국민도 알고 있고, 그밖에 어떤 일방적 원칙론도 위선에 불과하다. 모든 의혹의 진상을 엄정하게 밝힐 것인가, 아니면 함께 정치사의 쓰레기더미에 묻을 것인가를 선택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진솔한 고백과 다짐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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