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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창열 사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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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창열 사건'의 의미

입력
1999.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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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열 경기도지사 부부가 거액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보는 시각은 여러가지다.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는 반응에서부터 그럴줄 알았다는 냉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두 사람의 말많은 사적 이력을 새삼 들추기도 하고, 대통령의 사람쓰는 안목을 비판하기도 한다. 과연 이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공직 부패를 비롯한 적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인가를 회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위 공직자의 파렴치한 비리에 모두가 분노한다지만, 사실 이 정도 비리에 진정으로 놀라는 국민은 많지 않다. 늘 위태롭더니 기어코 사고를 냈다는 반응은 주변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임지사 부부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소문을 전해들은 국민가운데는 언젠가 그들이 「읍참마속」될 것으로 전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남다른 직관이 아니라 비슷한 전례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정작 그들을 아끼고 돌본 이들은 이런 결말을 미리 보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이 사건을 임씨 부부의 튀는 개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의 뿌리는 권력과 고위 공직을 중심으로 갖가지 특혜를 노리는 경제계와 신분상승을 꿈꾸며 주변을 맴도는 무리들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한데 어울려 돌아가는 구조에 있다.

이번 사건에 직·간접으로 이름이 등장한 이들의 면면은 이런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역은행의 퇴출회피 로비에 자치 단체장과 국회의원과 유력인사들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이를 빌미로 로비 대가를 챙기고 마구잡이 특혜 대출을 알선한 행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구조적 부패 관행은 여전하다는 증거다.

문제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개혁을 표방한 정권이 임씨 같은 인물을 중용하고, 그들 부부가 부패구조의 정점에 올라 마음껏 흙탕물을 휘젓도록 방치한데 있다. 환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전정권의 경제부총리를 실세 도지사로 변신하도록 도와주고, 그 도지사는 환란 극복에 긴요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뒤집으려는 로비에 앞장서고, 대가까지 마음놓고 챙겼으니, 세상에 이런 웃음거리가 없다. 부부가 모두 대통령과 가깝다는 소문때문에 주변도 덩달아 불법적인 잇속을 차리고 사정·감독기관도 손대지 못한 것은 아닌가.

권력과 검찰은 이제와서 성역없는 사정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측근 실세들의 비리 의혹을 제때 조사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권력과의 사적 인연이 회자되는 것을 참담하게 여겨야 한다. 『나는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장담만 내세웠던 지난 정권의 실패는 흘러간 우스개가 아니다. 이 정권은 주변 단속에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새겨듣고, 이번 사건부터라도 추상같은 비리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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