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15일 능률협회 강연회에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인플레압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금년도 경제전망발표를 통해 『하반기부터 총수요압력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내년부터는 인플레압력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거시경제정책 판단의 기초가 되는 「인플레 감지」를 놓고 정부와 KDI·한국은행간 시각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거시정책은 「선제적(Preemptive)」일 때만, 즉 징후가 가시화하기 전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는 법. 비록 「현 단계에서 인플레압력은 없으며 따라서 금리인상도 지금은 필요 없다」는 점엔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만 「선제적 정책」을 위한 6개월~1년후 상황 판단이 이처럼 엇갈릴 경우 실제 정책방향선택은 아주 혼선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KDI는 최근 경기흐름을 「불안한 고성장·저물가」로 보고 있다. 올해 0.9%라는 사상초유의 저물가가 예상되지만 대부분 환율하락에 따른 수입물가인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이런 기조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7.5% 고성장은 그 속도 자체가 너무 빠른데다 총수요압력 및 임금인상압력을 동반하고 있어 늦어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인플레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물가지수가 낮다고 인플레압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DI나 한국은행식 판단대로라면 4·4분기께부터는 「선제적으로」 소폭이나마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에 이미 감염된 것으로 내년이후엔 금리를 올려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내년4월)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주가하락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금리인상을 용인할 만큼 「경제논리」에 충실한 정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기(失機)한다면 인플레는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어 금리인상문제는 하반기 내내 경제운용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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