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는 무척 초조하고 우울하다. 개봉을 앞두고 느긋할 영화제작자란 없다. 아무리 자신있어도 『흥행은 어떻게 될까』 『어떤 평가를 받을까』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한국영화에 대한 너그러움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쉬리」도, 「이재수의 난」도 그랬다.「용가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였다. 「장난」이라는 비웃음을 참고 7년동안 불모지인 한국 SF영화를 개척해 온 그의 눈물을 한꺼번에 보상해 주는 듯했다. 투자자들이 몰렸고 수출에도 서광이 비췄다. 이루지도 못할 예술지상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국영화의 뒷통수를 엉뚱한 코미디언이 후려쳤다.
이때부터 「용가리」를 비난하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외국수입사들이 아니었다. 먼저 그의 영화만들기 자체가 코미디라고 업신여겼던,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충무로 영화인들이었다. 칸영화제에서 20분 분량의 데모테이프를 보고 입빠르게 『기대이하』 『외국바이어들이 모두 실망했다』고 말한 것도 경쟁적으로 외화수입하려 온 그들이었다.
두가지 이유 때문은 아닐까. 하나는 질투심. 그들은 심형래를 한번도 영화인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조잡한 영화로 코뭍은 돈이나 뺏아가는 3류제작자 정도. 그런 그를 동료로 인정한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 또 하나는 피해의식. 영화자본을 뺏기는게 두렵다. 실제 삼부파이넨스는 23억원을 「용가리」에 투자했다. 충무로에서 보면 자기들 작품 두 편이 날아간 셈. 「용가리」가 성공을 거두면 앞으로 점점 자신들의 몫이 점점 작아질지 모르니까.
심형래로서는 각오했던 일이다. 그를 정말 슬픈 것은 할리우드영화 중독자나 예술성에만 정신이 팔린 마니아와 매체이다. 그들은 「B급 제작자겸 감독」이라고 규정했고,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거품으로 몰았다. 조지 루카스는 우상으로 섬기는 상업성을 보이면서, 심형래는 여전히 바보 영구취급을 한다. 그가「신지식인」이라는 것부터가 못마땅하다. 그렇게 한국영화 현실을 잘 이해하던 그들이 「용가리」만은 스필버그와 비교한다. 그들은 「쉬리」처럼 「용가리」흥행에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고, 대종상은 여전히 그의 기술적 성과를 무시할 것이다.
14일 첫 시사회에서 심형래는 말했다. 『나도 모르는 길을 가고 있다. 힘을 달라. 내가 쓰러지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 영상산업의 기술이 후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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