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 로비사건은 96년 안경사협회 로비사건과 닮은꼴로 진행되고 있다.96년 11월12일 검찰은 당시 이성호(李聖浩)보건복지부장관의 부인 박성애(朴聖愛)씨를 전격 소환, 밤샘조사했고 다음날 이장관을 소환했다. 이번에도 검찰은 14일 주씨를 소환, 밤샘조사한 뒤 15일 임지사를 소환했다.
당시 대한안경사협회에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 안경테의 독점판매권을 보장받기 위해 해당 부의 장관 부인인 박씨에게 1억7,000만원을 건넸다. 이번 사건에선 주씨가 경기은행 퇴출 무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은행측이 주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주씨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기지사의 부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부인을 소환하면서 전날 오후 이같은 사실을 통보, 이튿날 소환될 남편과 「협의」할 수 있는 하룻밤의 시간적 여유를 준 대목도 두 사건의 공통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인이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96년 검찰은 이장관을 소환한 지 7시간만에 귀가시키고 무혐의처리했다. 박씨만 제3자 뇌물취득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번에는 주씨가 『남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다만 부부를 함께 구속하지 않는 검찰의 불문율이 이번에도 적용될 지, 주씨대신 임지사가 구속될 지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당시 이장관이 부인의 구속직후 장관직을 사퇴한 데 비해 임지사가 부인이 사법처리될 경우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사다.
한편 고위직 부인의 잇단 파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정권의 부담이 되고 있다.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강인덕(姜仁德)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연루된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경제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을 지낸 현직 도지사의 부인이 로비의혹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