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제연기 교감 어느수준까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사이에 내각제 문제는 어느 정도 논의되고 있나. 김총리가 12일 밤 자민련 인사들에게 내각제 연내개헌 포기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DJP의 내각제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진척됐는 지가 중요한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DJP가 내각제 개헌을 임기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연기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대안도 이미 합의돼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합의」라는 표현에 고개를 젓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정색을 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본다』면서 『논의 유보 시한이 한달 이상 남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총리 자신도 14일 『김대통령과 내각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김총리의 12일 언급은 개인 견해에 불과한 것일까. 결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두 분 사이에 교감은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나라 걱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내 개헌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내각제 문제로 서로 파국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데 마음이 통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두 분의 의중을 이리 저리 찔러 본 결과 명시적인 합의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러나 개헌 연기에 대한 이심전심의 교감은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연내 개헌 유보 합의라고 확대 해석하기도 하며, 실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언제부터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는 지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금년초부터 선문답을 주고 받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며 6월초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선문답이 좀더 구체성을 띠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대통령이 6월18일 대전 업무보고 때 8월중 내각제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고, 이에 외유중이던 김총리가 소이부답(笑而不答)을 했다는 사실에서 그 즈음해서 공감대 수준의 교감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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