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12월 「인천은행」으로 설립된 이후 지난해 퇴출까지 경기지역의 간판은행을 자처했던 경기은행은 설립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버렸다.종업원수 2,278명, 점포수 194개, 8조8,935억원의 자산에 총여신규모는 6조2,031억원. 하지만 퇴출 당시 속은 텅비어 있었다. 1,231억원에 이르는 자본잠식상태에 놓여있었고 부채비율도 49%로 5개 퇴출은행중 가장 높았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마이너스 9.61%나 됐다. 2000년6월까지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사망판정을 내린 경영평가위원회의 분석이었다.
경영진의 탈법경영은 도를 지나쳐있었다. 96년 12월 345억원이었던 경기은행의 부실여신은 퇴출 4개월전인 98년 2월 4,484억원으로 급증, 퇴출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돈을 받고 부실기업에 돈을 대준 경영진의 비위가 화근이었다. 당시 서이석(徐利錫)행장등 임직원 20명은 부실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로 1,104억원의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혐의로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무더기징계를 받았다. 서행장과 임원7명은 퇴출 1년후 결국 쇠고랑을 찼다.
이같은 사정에도 불구, 퇴출은행 선정 당시 금융가에서는 경기은행은 정치논리에 의해 살아남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서전행장과 임원진들이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정치권 등에 무차별적인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던 때였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도 이들의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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