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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아닌 길에서 야성의 맥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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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아닌 길에서 야성의 맥박을 느낀다

입력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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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히 포장된 길은 싫다. 길 아닌 길에서 자동차의 거친 맥박이 느껴진다. 바위나 다름없는 돌을 올라 타고, 1m 깊이의 개천을 가로지른다. 핸들로 전달되는 험한 길의 진동이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오프로드(Offroad) 드라이브」. 한마디로 지프를 타고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의 미개척지를 여행하는 것이다. 4륜구동차를 운전한다는 점에서 「4 Wheel Drive」(4WD)라고도 한다. 마니아들은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으로 무장하고 남들이 갈 수 없는 곳을 간다는 자부심에 모든 것을 건다.마이카 시대에 들어섰어도 오프로드 드라이브는 호사스런 레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초기의 투자비용이나, 유지비를 최소화하면 오히려 다른 레저에 비해 싸게 즐길 수도 있다. 국산 중고지프를 사서 오프로드용으로 꾸미는 데에는 차(92년형 기준)값까지 350만~450만원. 최고로 멋을 내도 7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차는 물론 생활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다.

운전면허와 자동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PC통신동호회를 비롯해 40여개의 동호회가 활동중이며 이중 규모가 큰 곳은 회원이 400명에 육박한다. 소규모로 활동하는 마니아들까지 합치면 동호인은 1만명을 훨씬 넘는다.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봉사활동도 벌인다. 직업군별로 오지마을 의료봉사, 생필품 전달은 물론 농번기에는 일손돕기운동도 펼친다. 지난달 문경의 오지마을 미노리를 찾아 생필품을 전달한 서울 마운틴클럽의 최승렬(38·최승렬오토대표)회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고지를 기계와 한몸이 돼 올랐을 때의 기분은 어느 레포츠도 흉내낼 수 없다』며 『오지마을의 전령이 돼 봉사활동까지 펼치니 1석2조』라고 말한다.

오프로드 드라이브의 필수요건은 장비와 기술, 팀워크이다. 4륜 구동차라도 차체를 높이고 타이어를 산악용으로 교체해야 한다. 기본적인 정비 기구는 물론 윈치, 무전기, 삽, 곡괭이, 톱 등 위급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모두 갖춰야 한다. 기술은 상황에 맞닥뜨려서 몸으로 배우는 것이 왕도. 동호회에 들면 운전실력과 담력의 정도에 따라 주행순서를 정하고 일정 수준이 되면 위치를 변경하게 된다. 대부분 선두차와 후미차가 가장 실력이 좋고 초심자는 중간에 배치한다.

단독 운행은 극히 위험하고 최소 3대 이상이 함께 한다. 항상 불상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확고한 팀워크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상시에는 군대처럼 명령계통이 확립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도로 포장률이 높아지면서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좋은 길」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경북 울진의 통고산과 왕피리, 강원 양양군 오대산의 가마소, 경남 밀양의 천황산, 경기 양평의 유명산 등이 여전히 오프로드 드라이브의 명소로 꼽힌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전국 오프로드 드라이브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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