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화재 수사를 맡아온 경기 화성경찰서는 13일 김일수(金日秀)화성군수에 대한 두번째 영장이 기각되고 14일부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섬에 따라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다. 수사초기 군청직원등 12명을 구속시킬 때까지만 해도 뭔가를 보여줄 것처럼 보였던 화성경찰서가 김군수 대목에서 마냥 비틀거리며 결국 수사권까지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게된 이유는 뭘까.일각에서는 지역공무원들의 비리를 지역경찰이 수사하도록 한 발상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사심 없이 모든 비리를 파헤치기엔 군청과 경찰서는 너무나 가까운 사이』라는 지적이 그것.
실상을 살펴보면 그같은 시각도 무리가 아니다.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삼식(李三植·49)수사과장은 김군수와 사돈지간이다. 이씨의 5촌 처조카(29)는 5월초 김군수의 장남(29)과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과장은 이 결혼식에 참석, 사돈댁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기자에게 이씨는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관계자는 『이과장 외에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몇명이 피의자들과 친인척관계인 것으로 안다』며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 제9조는 「경찰은 피의자, 피해자 등 기타관계인과 친족 등 수사의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씨랜드 유족회도 『화성경찰서는 이번 사고를 수사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며 화성서의 수사 공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있는 상태다.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알았을 경찰지휘부나 검찰이 지금까지 지역경찰에만 이번 사건을 맡겨온 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안인데도 마치 「게임」하듯이 일을 처리해온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화성은 좁다』며 혀를 끌끌찼던 한 지역주민의 말이 새삼 뇌리를 스친다.
/김현경기자 moore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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