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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걷고싶은 도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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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걷고싶은 도시'의 꿈

입력
199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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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정문에서 돌담길을 끼고 정동교회로 가는 길은 요즘 참 아름답다. 2년전 차선을 1차선으로 줄이고 인도를 늘리면서 새로 심은 나무들이 보기좋게 자라서 그늘을 드리우고, 그 길을 단골로 찾는 시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정동극장과 정동이벤트홀에서 공연이나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모여들고, 점심시간에는 인근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나와 이 거리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주말에는 벼룩시장까지 열려 문화의 거리로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덕수궁 돌담길은 나이든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길 로 남아 있었다. 그 길지않은 돌담길은 서울에서 몇 안되는 아름다운 길이었고, 걷는것 이외에 다른 할 일이 마땅치 않았던 옛날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였다. 연인들은 돌담길을 걷다가 밀크홀에서 우유를 마시곤 했다.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그 길은 잊혀졌다.

정동이 되살아난 것을 보면서 행정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서울시는 97년 5월 이 길을 첫번째의「걷고싶은 거리」로 꾸몄고, 95년 문을 연 문화부 산하 정동극장은 주로 외국인관광객을 겨냥한 특색있는 공연기획으로 인기를 모아 정동이 되살아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2.3년전 부터는 정동극장의 공연을 보러 다양한 계층의 국내 관객들이 정동으로 몰려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계속 추진하고 있는 「걷고싶은 거리」조성, 주말의 「차없는 거리」확대, 도심의 횡단보도 늘리기 등은 보행자의 편의증대뿐 아니라 도시의 균형있는 발전과 시민의 문화생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도심의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이유로 횡단보도를 없애고 지하도를 통해서만 길을 건너게 함으로서 고통을 겪게 된것은 시민들만이 아니다. 횡단보도가 없어지면 자연히 시민왕래가 줄어들고, 상권이 죽고, 그 일대는 단지 차를타고 지나가면서 바라보기만 하는 지역이 되고 만다. 좋은 조건을 지닌 서울의 많은 지역들이 시들어버린 이유중에는 횡단보도를 없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횡단보도 설치는 당연히 교통체증 유발 시비를 부르게 된다. 광화문 네거리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빌딩사이에 만든 횡단보도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과 보행자들 사이에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하도를 통하지 않고 길을 건널수 있게된 보행자들은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운전자들은 짜증을 내며 서울시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횡단보도는 덕수궁과 세종문화회관을 연결지어 「걷고싶은 길」을 조성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지난 4월 설치했다.

우리는 차냐, 사람이냐는 논쟁으로 다시 돌아갈수밖에 없다. 차량소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울시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종로의 차도를 좁히면서까지「걷고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여의도 광장을 뜯어내고 공원을 만든것과 비슷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만든 멀쩡한 광장과 도로를 막대한 돈을 들여서 뜯어내고 나무를 심다니 세금이 그렇게 만만한 돈이냐, 제발 전시행정 좀 그만두라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위주의 교통정책을 요구하는 소리도 높다. 자동차는 계속 늘어날텐데 언제까지 사람이 밀려나란 말이냐. 차선을 아무리 늘려도 도심지 체증은 나아지지 않을것이므로 이제는 사람위주의 교통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행자만 계속 힘들게 하지 말고, 차를 힘들게 하여 스스로 도심통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지하도나 육교를 계속 줄여나가고, 도심지를 걷기쉬운 길로 만들어나가면 걸어다니는 사람은 늘어나고 차량통행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아무튼 이제 더이상 보행자의 권리를 침해하는것은 못참겠다는 소리가 높다.

십여년전 『종로거리에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는 노래가 나왔을때 모두 그 신선한 발상에 기분좋아 했었는데, 그후 가로수로 감나무 사과나무 등을 심어 도심에서 빨갛게 익은 과일을 보게 되었다. 그만큼 꿈꾸는 일이 중요하다.

도시가 삭막할수록 걷고싶은 도시를 꿈꾸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종로의 차도를 좁히고 인도를 넓혔다가 여의도 공원식의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 없도록 졸속만은 피해야 한다. 우선 그 꿈은 종로에 사과나무를 심자는 노래만큼이나 신선하므로 여러사람들이 의견을 모아 이룰수있는 꿈으로 완성해가야 한다. /주필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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